20일 고승범 금통위원 이임식···26일 금통위, 6인 체제로 기준금리 결정
매파 색채 옅어질 수 있어···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이임식 현장/사진=한국은행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이임식 현장/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자리를 내려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약 일주일 앞두고 금통위 체제에 변화가 생기자 그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6인 체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금통위 내에서 가장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보였던 고 후보자가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만큼 8월 금리 인상의 가능성은 전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불균형 누적도 더욱 심화되고 있어 기준금리 동결과 인상에 대한 시장 전망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장기화···방역 조치 강화에 따른 내수 위축 우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월부터 5년 4개월동안 한은 금통위원으로 활동했던 고승범 금통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의 이임식을 마지막으로 금통위를 떠나게됐다. 고 위원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 등을 거쳐 금융위원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고 후보자는 이임사를 통해 “제가 참석했던 46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중 한번도 수월한 결정은 없었던 느낌”이라며 “한은에서 보낸 지난 5년여간의 시간이 앞으로 한국은행과의 더욱 굳건한 파트너십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가계대출 규제 등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이 그동안의 간단한 소회만을 남겼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6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7월 회의 당시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내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고 후보자가 이탈함에 따라 금통위 전체의 매파적 성향이 옅어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고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다수결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만약 인상과 동결 의견이 3대3 동률로 나올 경우 재의결을 검토할 예정이다.

약 2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역시 금리동결의 주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052명으로 전일(18일)에 이어 이틀 연속 2000명을 넘어섰다. 무려 45일째 네 자릿 수 확진자를 기록하자 방역당국은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했으며 식당·카페 등의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앞당기는 등 방역 조치를 더욱 강화했다. 내수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을 주도해왔던 반도체 시장에 대한 둔화 전망도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며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7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 15조원 돌파···금통위원 6명 중 5명 우려 표시

부동산·주식·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자산 쏠림 현상과 가계대출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 존재한다. 이미 7월 회의 과정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에 의지를 충분히 드러냈기 때문에 고 후보자의 이탈이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 금통위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랜 기간 동안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 현상과 차입에 의한 투자는 지속돼왔다”며 “거시경제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해 대처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5조2000억원으로 전월(10조3000억원) 대비 4조900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동월(9조4000억원) 대비 증가폭은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9조7000억원)과 제2금융권(5조6000억원) 모두 증가액이 전월 대비 각각 3조4000억원, 1조7000억원씩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는 이달 한은이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 금통위원은 “상반기 중 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된 가운데 하반기 가계대출 여건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경제주체들의 수익추구 행위가 계속 강화되면서 위험자산 가격을 지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총 5명의 금통위원이 통화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일 리포트를 통해 “최근 코로나 델타변이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백신 보급과 학습효과 등을 근거로 경기 회복세에 미치는 타격이 제한적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번 금리인상은 만장일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주상영 금통위원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면서 비둘기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 위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