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삼성重·대우조선 ‘빅3’ 상반기 영업손실 합계규모 3조
조선업계 “후판가 때문” vs 철강업계 “저가수주 문제” 팽팽
치솟던 철광석 가격 안정화···후판가 둘러싼 양 업계 줄다리기 심화될 듯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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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올 상반기 나란히 1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후판가 인상 여파로 보고 차기 가격협상에서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할 전망이다. 때마침 원자재 가격도 인하돼 명분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철강업계 내부에선 조선업 불황 고충을 나누기 위해 납품가격 인상요인이 충분했음에도 가격을 동결해왔으며, 최근 인상된 후판가격에는 원자재 가격상승 요인만 반영됐을 뿐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따로 있다는 설명이다. 호의였던 고통분담이 조선사의 권리가 아니라는 반응들도 감지된다. 두 업계의 이른바 ‘후판가격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19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8298억원 △삼성중공업 9447억원 △대우조선해양 1조2203억원 등이다. 3사 손실규모가 3조원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 조선업계는 역대 최고 수주성적을 달성했다.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건조가 본격화되면 수주금액을 건조기간으로 특정기간의 실적을 추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 상반기 후판 납품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실제 조선업계 실익이 후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후판협상은 ‘업계-업계’가 아닌 ‘업체-업체’ 간 이뤄진다. 상·하반기 납품가를 연 2차례 협상을 통해 합의한다.

지난해 70만원대 중반이던 후판가격은 올 상반기 110만원 안팎으로 크게 뛰었다. 철광석가격이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납품가 인상으로 철강업계의 실익은 뛰어 올랐으나 조선업계는 반감됐다. 철강업계서는 조선업계가 그간 낮게 책정돼 온 후판가격에 근거해 무리한 저가수주를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기존 후판가 역시 가격반영이 제대로 된 게 아니다”면서 “조선업 불황의 고충을 나누기 위해 원가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저렴하게 납품한 셈인데 조선업계가 이 가격을 무기삼아 무리하게 저가수주 공략을 일삼다 납품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대적인 적자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고 꼬집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정점을 찍었던 철광석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중국 칭다오항 기준 철광석 가격은 지난 18일 톤당 153.39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6개월 새 가장 낮은 금액이다. 지난 5월 사상 최고치인 237.57달러를 기록한 철광석가격은 지난달까지 줄곧 200달러 이상을 나타냈으나 이달 초 100달러대에 진입하며 값이 낮아지고 있다. 후판가 인상의 명분이던 철광석 가격이 내림세로 전환됨에 따라 후판가 인하를 요구할 요량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인하에도 인상된 가격을 고수할 조짐이다. 조선업 불황기 당시 인상유예분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단기적인 철광석가격 조정에 따라 쉽사리 후판 납품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자세다. 조선업계가 고객사고 철강사가 납품사인 까닭에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지만 다른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어도 인상된 가격은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게 주요 철강사들의 주된 반응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하반기에도 조선업계 적자가 지속된다는 데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조하는 물량은 2019년 수주한 선박들인데 당시 극심한 발주가뭄으로 수주경쟁이 굉장히 치열했었다”면서 “저가수주는 이 같은 구조적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각 업체의 노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로선 후판가격 정상화만이 적자폭을 낮추는 유일한 방안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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