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전환→조선·정유·건설기계 3대사업 중심 지배구조개편도 마무리 수순
‘메가조선소’ 탄생 기대감 EU 장고에 우려만 확대···인수포기 가능성 해석도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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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5개국 결함심사와 인수주체가 될 그룹 중간지주사(현대제뉴인) 신설까지 불과 8개월 만에 인수를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그룹 ‘새판 짜기’도 마찬가지다. 2018년 지주사체제 전환 후 ▲한국조선해양(조선) ▲현대오일뱅크(정유·석유화학) ▲현대제뉴인(건설기계) 등 3대 중점사업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됐다. 한국조선해양 100%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상장도 순조로울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신규 사업자금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승계 초석으로 평가받는 이 같은 변화에서도 온도차가 보이는 분야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다. ‘조선빅딜’ 혹은 ‘황금알’이라 평가되며 상당한 기대를 모았지만 결합심사도 미완인 상태다. 총 6개 심사국 중 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 등의 승인만을 얻어냈을 뿐 한국·유럽연합(EU)·일본의 심사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확정된 것은 2019년 1월이다. 그해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기존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 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주체가 될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사명변경)과 현대중공업(신설법인)을 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반목이 깊어지기도 했으나 사전작업만큼은 순조로웠다. 정부와 산업은행도 적극 지원했다.

문제는 결합심사였다. 그간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심사지연을 이유로 설명했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합병심사 결과만 놓고 봐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다. 심사를 마친 이번 합병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러시아·중국·베트남·터키 등 5개국으로부터 승인 결정이 났다. 두산인프라코어 결합심사와 달리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지체되는 까닭은 EU 당국이 과독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선종들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의 독점을 경계하는 양상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발주된 LNG선 152만9412CGT 가운데 국내 3사가 143만352CGT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할 경우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 자명하다. LNG선을 주문하는 선주들이 밀집한 EU에서는 이 같은 과독점이 추후 시장에서의 불공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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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만 놓고 봤을 때 지나치게 치우쳐 보이지만, 사실 이는 불가피한 결과기도 하다. LNG선 건조능력을 보유한 곳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그리고 중국의 후동중화조선 등 네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후동중화조선의 경우 국내 3사와의 기술격차가 아직 명확한 상태며 자국 발주량 중심의 수주활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소명에도 EU가 장시간 판단을 보류하며 심사를 계속한다는 데 있다.

결합심사는 선정된 심사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한다. EU가 반대할 경우 공정위와 일본의 심사결과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EU로부터 ‘조건부 승인’ 결정을 얻어낼 것이 유력시 된다고 입을 모은다. LNG선 수주점유율을 합의된 일정수준 이하로만 유지할 것을 약속해야만 승인 판결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LNG선은 다른 선종들에 비해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EU 승인을 얻기 위해 LNG선 영업활동에 ‘상한선’이 설정될 경우 합병에 따른 실익이 기대치보다 상당히 낮아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현대중공업을 압박하고 있다.

최종 합병결정을 얻더라도 상당기간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역경을 뚫고 성사된 합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시너지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대두된 것이다. 자연히 업계에서는 ‘황금알’로 평가됐던 대우조선해양이 점차 계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게 됐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 승계작업이 이뤄지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결정을 통해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인수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당초 예상보다는 난관이 거듭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평했다. 이어 “합병에 따른 실익저하나 기타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인수포기 수순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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