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주요 소재광물 2배 안팎 가격상승···“국가적 확보노력 지속돼야”
中 움켜쥔 광물 무기화 땐···K배터리 선점 북미에서도 영향력 후퇴 우려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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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완성차업계가 요구하고 배터리업계 가격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값배터리’의 현실화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 소재업체의 실익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주요 원료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1년 새 2배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평균 톤당 1만2703달러였던 리튬은 이번달 1만9244달러에 거래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같은 기간 니켈은 30%, 코발트도 70% 가까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알루미늄·망간 등의 가격도 상승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들이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또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중심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3원계 배터리라 일컬어지는 데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이른바 ‘하이니켈 배터리’란 세 원료 중 니켈의 비중을 80% 혹은 그 이상으로 확대된 제품을 일컫는다. 결과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배터리 업체의 실익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밸류체인을 살펴보면 원자재 광물을 채굴해 소재업체가 수입한다. 소재업체는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을 생산해 배터리업체에 납품한다. 배터리업체는 4대 소재를 이용해 배터리셀을 제작하고 셀을 묶어 모듈로, 모듈을 묶어 팩으로 상품화한다. 상품화된 배터리팩은 완성차업체에 공급되고 전기차에 장착된다.

배터리 원자재가격 상승은 전기차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완성차업계가 배터리가격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공급사보단 고객사가 우월적 위치를 점한다. 앞서 소개한 배터리 밸류체인의 역순으로 영향력이 높은 셈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조속한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차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배터리 가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논리다.

문제는 원료가격 급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데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2도 이하라 가정했을 때 리튬·코발트·니켈 등의 수요증가세가 각각 42배·21배·19배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이 같은 수요증가는 가격인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게 배터리업계의 중론이다. 전기차 배터리업계의 이익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완성차업계의 납품가 인하 요구와 원자재의 지속적 가격상승은 난제로 꼽힐 수밖에 없다.

밸류체인 알력다툼에서 배터리업체 하위단계인 배터리소재업체의 고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모 배터리소재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배터리업체에 납품하는 소재가격을 쉬이 올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 “이미 지난해 말부터 소재공급 과정에서의 실익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추세다”고 토로했다.

확대되는 전기차·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뿐 아니라 대륙·국가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확보를 위한 노력도 심화될 조짐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합작사(JV)를 설립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인도네시아를 발판삼아 동남아시아와 호주·서남아·아프리카 등 주변시장 공략이란 공통된 목적이 반영됐지만, 무엇보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 니켈생산국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관계자는 “대다수 배터리 원자재가 중국에 집중돼있다는 점은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면서 “배터리 원자재 공급난이 심화될수록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어, 국가적인 배터리 광물 확보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도 “중국이 광물·소재·배터리를 움켜쥘 경우 전기차 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K배터리도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중국은 한국과 글로벌 양대 배터리 산업국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의 내수시장을 한국은 유럽시장을 발판삼아 성장했다. 최근 중국이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는 중국 업체 진입이 제한적인 미국시장을 발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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