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빗나간 예상이 빚은 물류비상승·컨테이너부족
파업 땐 물류대란 심화 불가피···충격파 큰 곳은 중소·중견업체

미국 LA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미국 LA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 사진=HMM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금년도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인 HMM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각각 6·8년의 임금동결을 감내해야 했던 HMM 해상·육상노조는 기본급 25% 인상과 성과금 1200% 지급을 요구 중이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5.5%, 월 급여 수준의 격려금만을 지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파행으로 이어진 양측의 협상은 결국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신청 접수로 이어졌고 오는 19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파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파업이 실시될 경우 이는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장시간 인내한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채권단관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직인상은 불가하다는 사측이 맞서면서도 양측 모두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수출길이 막힐 처지에 놓인 중소·중견기업들이다.

HMM의 금년 상반기 잠정실적은 매출 5조3347억원, 영업이익 2조4082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조6464억원, 영업이익은 2조2715억원 상승했다. 375억원의 순손실도 3646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상승률 98%를 기록할 정도로 다이내믹한 실적 상승을 일굴 수 있던 원동력은 해운운임 상승이다. 회사 측은 “아시아-미주노선 및 유럽·기타지역 등 전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며 시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운임상승은 갑작스레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2019년 말에서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급감했다. 불확실성을 가장 견제하는 선사들은 신규 선박발주를 중단했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급감의 원인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동량 둔화현상이 장시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회복이 빨랐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정상화됐다.

이 시기 컨테이너 박스 부족현상이 심화됐다. 비교적 선제적으로 정상화된 해상과 달리 주요국 육상에서 코로나19의 잇단 재유행으로 물류시스템이 차질을 빚으며 컨테이너 회수가 늦어져 수급 불균형을 겪게 됐다. 컨테이너 제조시장을 사실 상 독점하는 중국 업체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생산량을 줄인데다 생산된 제품을 자국에 우선 배정했다. 이 같은 상황들이 중첩되면서 해운운임 급등을 이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휴선박비율은 0.7% 수준이다. 사실 상 대다수 선박들이 쉴 새 없이 물건을 실어 나른다는 의미다. 수에즈운하 사고 등에 따른 돌발변수와 컨테이너 적체 현상 등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6월 80% 수준이던 운항스케줄 준수율도 40%를 밑돌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이자, 정기노선 외 긴급선박을 투입해 온 HMM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수출기업의 물류 고충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문제는 하반기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 물동량이 급증하는 대규모 유통시즌을 앞두고 있다.

HMM과 HMM노조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HMM은 물류대란을 이유로 적정선에서 노조가 타협하길 바라는 눈치다. 노조도 물류대란의 피해가 중소·중견기업의 고충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회사가 이 같은 점을 노조만 양보하길 강요해선 안 된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물가가 올랐지만 HMM 임금은 제자리였으며 이 과정에서 경쟁사와 임금격차가 2000만원 안팎으로 벌어졌다”면서 “지난해에도 파업 감행 시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이행과정에서 중장기적 처우개선을 약속한 회사에 노조가 임단협을 양보했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보다 치열하게 임할 전망이다”고 판단했다.

한편, HMM노조는 이달 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물류대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에 전달한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을 통해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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