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 2.11%로 상승···기준금리 인상 대비 자금 조달
금융당국 자제 권고에도 일부 저축은행, 7월까지 대출금리 하락세 지속

자료=저축은행중앙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저축은행중앙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앞둔 저축은행 업계가 최근 막바지 점유율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인해 제2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 저축은행 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제한 등 실질적인 규제 강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자 주요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선제적 고객 확보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 중반대까지 하락했던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말까지만해도 전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 금리는 1.62%에 불과했으나 6월말 1.78%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7월말에는 2.03%의 평균 금리를 기록하며 지난 2019년말(2.1%) 이후 처음으로 2%대를 회복했으며 지난 12일에는 평균 금리가 2.11%로 더욱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장기화로 일부 변수가 발생하긴 했지만 시장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6일 회의 또는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던 7월 금통위에서는 고승범 금통위원의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주요 저축은행들이 보이고 있는 대출 확대 정책의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주요 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며 총량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2분기부터 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영업 확대로 방향을 선회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경우 3월 16.86%였던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4월과 5월 각각 16.16%, 15.47%까지 하락했으며 2위 OK저축은행 역시 3월 18.04%에서 18%(4월), 17.03%(5월)로 하락했다. 페퍼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각각 17.09%에서 16.46%로, 16.18%에서 16.02%로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이런 가계대출 확대 행보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대출금리 하락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말 저축은행 업계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난해와 같은 21.1%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지만 OK저축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낮아졌다.

SBI저축은행의 7월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4.92%로 5월보다 0.55%포인트 하락했으며 페퍼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도 각각 0.34%포인트, 0.81%포인트씩 낮췄다. 이에 업계에서는 DSR 40% 제한 등 실질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되기 전에 저축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말 대형 저축은행들과 면담을 갖고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2금융권의 대출 증가 문제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DSR을 적용하든 (가계대출 관리는) 본인들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제도를 바꿀 생각은 현재 없다”면서도 “7∼8월 수치를 보면서 경우에 따라 너무 증가한다고 하면 (DSR 규제 강화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의 예금, 대출 영업 확대 행보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예금 금리 상승세나 대출 금리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대출 영업이 제한되면 저축은행 입장에서 높은 금리를 줘서 자금을 많이 조달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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