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책예산처 "목표액 대비 집행률 45.9%에 그쳐"
"기안기금 자격 요건 적절한지 의문···금리도 높아"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 사진=KDB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DB산업은행이 ‘코로나 금융지원’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0년 만에 국책은행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와 관련 실제 집행 규모는 당초 목표액을 크게 밑돈단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2020년 경영실적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 지난 2010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 등급이다. 금융위는 산은,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소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평가를 한다. 산은이 최고등급을 받으면서 올해 직원 성과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책은행은 경영평가에 따라 성과급도 결정된다. 

산은이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때문이다. 이번 경영평가 기준은 코로나 금융지원에 맞춰 바뀌었다. 국책은행이 코로나 금융지원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평가 항목에서 수익성과 건전성 항목은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정책 이행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관련 비계량지표도 신설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모두 지난해 코로나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했지만 산업은행은 지원금 규모가 다른 은행보다 크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은 코로나 금융지원과 관련해 총 56조9000억원 규모의 목표액을 설정했다.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은 총 16조9000억원으로 계획했다. 저비용항공사(LCC)와 중소·중견기업 대출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증권·채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채안펀드) 등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다. 기간산업안정화기금(기안기금)도 40조원 규모로 설정했다. 항공, 조선, 자동차 등 국민경제와 고용안정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  중 자금 확보가 어려운 곳에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코로나 지원금이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0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은 목표액 대비 실제 집행금액(7조7577억원) 비율은 45.9%에 그쳤다. 중소·중견기업 대출 지원도 71.4%로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또 예산정책처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여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SPV)’ 프로그램이 취지와 다르게 운용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SPV가 사들인 회사채·기업어음 가운데 신용도가 높은 우량채가 31%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SPV 프로그램이 경영상황이 더 어려운 기업에 지원된 규모만 따지면 실적 달성률은 더 낮아지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의 집행률은 61%다.  

기안기금도 목표액 대비 적게 집행됐다. 40조원 가운데 집행된 액수는 5875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각각 3000억원, 321억원 지원받을 뿐이다. 나머지는 협력업체지원기구의 대출채권을 사들이는데 투입됐다. 

예산정책처는 기안기금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지원 요건이 깐깐하단 점을 꼽는다. 산은은 지원 대상 업종 가운데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인 이상’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자금이 필요한 대부분의 업체는 이 기준에 만족시키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예산정책처의 평가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인 항공업과 해운업은 대부분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단 것이다. 

기안기금의 대출 금리도 높다고 꼬집었다. 기안기금 조달금리는 0.97%(가중평균금리)인데 반해 아시아나항공(7.6%), 제주항공(2.98%)에 집행된 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단 지적이다. 예산정책처는 “대출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게 설정해 지원한다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기안기금의 금리가 다른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금리와 유사하다면 고용유지노력을 전제로 기안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이에 대해 금융위와 산은은 코로나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에 목표액은 크게 잡을 수 밖에 없단 입장이다. 또 코로나 충격 이후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안정화된 점도 지원 실적 달성률이 낮은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증안·채안펀드의 실적 달성률은 각각 2%, 30%에 그쳤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의 목적이 경영난에 빠져 시중에서 자금을 얻지 못한 기업들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을 지원할 수는 없다”라며 “대상 기업을 선별해서 지원하다보니 목표액 대비 실적이 낮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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