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HMM-해상노조 4차 교섭도 파행···중노위 조정 실패 땐 19일 파업
임금동결 8년 인내한 직원들 요구에 사측 無관용·無양보···“채권단 압박”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해양수산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 사진=해양수산부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HMM 교섭이 또 결렬됐다. 오는 19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HMM 임단협 진통으로 우려됐던 물류대란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HMM과 해상노조의 4차 교섭이 별 다른 소득없이 마무리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결렬로 지난달 29일 쟁의조정 신청을 한 육상노조에 이어 해상노조도 중앙노동위원회 문을 두드리게 됐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을 통해 “최대한 파업을 피하겠다”는 노조도 결국 파업을 준비하게 된 셈이다.

진통의 배경은 임금이다. HMM 양대노조인 육상노조와 해운노조는 기본급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인상을 요구 중이다. HMM은 해운불황의 영향으로 장시간 임금이 동결됐다. 육상·해상노조는 각각 8년과 6년 간 임금이 동결됐다.

회사가 흑자로 전환되고 운임비 상승에 따른 실적 호재가 예상되는 만큼, 인내해 온 직원들은 실익이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5.5%, 월 급여 수준의 격려금만을 지급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노조는 “장시간 임금인상이 정체되면서 경쟁사와의 연봉차이가 2000만원이다”면서 회사와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선보이고 있어 회사 측이 변하지 않는 이상 파업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노위 중재 역시 양측의 견해 차이가 커 난항을 겪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HMM이 장시간 인내한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쉬이 동의하지 못하는 까닭도 존재한다. 채권단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운임상승 호재로 실적개선을 맛 봤지만 HMM은 여전히 채권단관리를 받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HMM 노사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사측이 양보 없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면에는 결국 채권단의 판단이 자리했을 것이다”고 답했다.

HMM 파업이 현실화되면 이는 1976년 창사이래 첫 파업이다. 컨테이너 부족으로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 HMM이 파업 국면에 접어들면 수출기업들의 고충도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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