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은 양궁사랑 정의선 선수 지원 및 전기차 포상도···현대차 이미지 개선 효과도
김연경 감사강요 논란 도마···배구연맹장, 후원사에 비판 목소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한 안산 선수를 격려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한 안산 선수를 격려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폐막했다. 한국은 총 20개 메달을 차지해 13위(메달합계 순)에 랭크됐다. 양궁에서만 4개 금메달이 나오며 효자종목임이 재차 각인됐다. 주목도는 여자배구가 높았다. 비록 메달 사냥엔 실패했지만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며 4강에 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결과’와 ‘과정’ 측면에서 국민들의 가장 열성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이들 두 종목은 협회장이 기업인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다만 최근 이들 두 협회를 향한 엇갈린 시선이 감지된다. 각 종목과 관계 깊은 기업인을 향한 긍·부정적 인식으로도 연결되는 양상이다. 올림픽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서 재계 내부에서도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양궁협회 수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부친에 이어 2대째 협회장직을 이어오고 있다.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양궁 관련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불안정한 현지사정을 고려해 방탄차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올림픽 시즌 외에도 지속적으로 양궁 관련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0일 현대차는 양궁 대표선수들에 포상금을 전달했다. 포상 규모는 개인전 금메달 3억원, 단체전 금메달 2억원 등이다. 3관왕 안산 선수 7억원, 2관왕 김제덕 선수 4억원, 오진혁·김우진·강채영·장민희 선수가 각 2억원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6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전기차를 부상으로 수여한다. 각 선수 선택에 따라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70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을 향한 대중적 이미지도 한층 개선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부친에 이어 장시간 양궁 종목을 지원해 한국이 양궁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기여했고,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데 높이 평가받고 있다. 포상금을 전달하며 정 회장은 “대한민국 양궁의 영광스런 역사가 이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올림픽에서 감동을 선사한 여자배구대표팀을 환영하는 자리에선 이와 사뭇 다른 반응들이 감지됐다. 배구대표팀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열세인 전력임에도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이 4강 신화를 이룩한 데 따른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귀국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이 실시됐고 사회자로 한국배구연맹 홍보부위원장 유애자 경기감독관이 나섰다.

하지만 이날 유 감독관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 감독관은 김연경 선수에게 포상금 액수를 재차 묻고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반복해 요구하면서 비난에 직면했다.

협회 차원의 홍보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불거졌다. 연맹·후원·협회 수장인 세 사람의 공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데 매스컴의 중심에 선 김 선수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 선수는 남녀 배구선수들을 차별대우해 온 풍토와 협회의 행태에 비판적인 언행과 시각 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급된 기업인들은 수억원의 후원금을 지불하고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체육계에서는 축적돼 온 부정적 인식이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올림픽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배구의 경우 세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김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무대였기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쏠렸다. 이에 따라 국민적 공분이 배구계와 협회를 넘어 스폰서를 책임진 기업인들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 

특정 스포츠 종목 후원을 주도하는 모 그룹 관계자는 “비인기종목의 지원을 통한 회사의 이미지 개선이나 이에 따른 실익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면서 “얼마나 해당 종목에 진정성 있게 중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는지 여부가 중요한 요인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불거진 논란의 경우 협회의 지시였는지가 명확하진 않지만 1회성 홍보효과만을 쫓다간 오히려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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