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사흘 앞으로···취업제한 및 추가재판 남아있어 경영복귀는 아냐
총수부재 완화 기대감 솔솔···경쟁사比 소극적 비춰지던 배터리·전장 투자도 확대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의사결정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찍부터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낙점됐으나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 온 배터리·전장 관련 투자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다.

10일 법무부·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가석방 결정이 난 이 부회장의 출소는 오는 13일이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의 복귀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탓에 5년 취업제한 규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프로포폴 불법투약혐의 등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인 까닭에 재차 수감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가석방을 둘러싼 여론은 양분화 됐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석방심사위원회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고 결과를 직접 브리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비판을 넘어선 비난일색인 상황이다. 반면 경제계는 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삼성이다. 그룹 총수가 207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되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경영복귀는 어려워도 중대한 의사결정에 조언하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의 ‘간접경영’이 가능해 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에 비해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았던 미래먹거리 관련 투자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표적인 분야가 배터리와 전장이다. 내연차 중심의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와 모빌리티라는 키워드로 대체되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흥함에 따라 막대한 실익이 예상되는 분야다.

‘포스트 반도체’라 일컬어지는 배터리사업은 삼성SDI가 담당하고 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업계 2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5.8%로 5위에 랭크됐다. 소형전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장시간 축적돼 온 기술노하우를 중대형전지에 접목시키면서 반도체·스마트폰 등에 이어 배터리에서도 ‘기술의 삼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신흥시장이다.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 보급이 속도를 냄에 따라 배터리 시장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보니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막대한 실익이 담보되는 시장을 평가되면서 다양한 회사들이 배터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치킨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인터배터리 2021’ 참가업체 중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마련한 삼성SDI. /사진=김도현 기자
‘인터배터리 2021’ 참가업체 중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마련한 삼성SDI. / 사진=김도현 기자

삼성SDI는 모그룹이 재계 1위 삼성인 만큼, 앞선 반도체·바이오 등과 같이 대대적인 투자가 단행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사에 비해 소극적으로 비춰졌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업계 3위 SK이노베이션의 투자보다도 더디다는 평을 얻었다. 국내 3사가 유럽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배터리 납품으로 중국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SK이노베이션이 북미 최대규모 생산라인을 지을 동안 삼성은 기존 생산라인의 증설을 반복했다.

삼성이 배터리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쟁사에 비해 규모나 움직임이 다소 뒤쳐졌던 게 사실이다. 국내 배터리업체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북미시장 진출과 관련해 유독 그랬다. LG와 SK가 각각 북미 대표 완성차브랜드 GM·포드와 손잡고 합작사(JV)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라인 확대를 구체화시킨 상황에서 삼성SDI의 미국진출은 비교적 최근에야 공식화됐다.

이마저도 2025년 발효되는 ‘신북미무역협정(USMCA)’ 영향이 컸다. 미국 내 생산비중 75% 이상을 갖춰야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현지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실익구축을 위한 점진적 투자방향성이 회사의 기조로 소개됐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확대와 총수 부재상황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3위, 세계 6위 SK이노베이션이 하반기 삼성SDI의 점유율을 앞지를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전장사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6년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들여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현재까지 삼성의 마지막 인수로 기록되고 있다. 당초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해 전장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점쳐졌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가전에 이어 전장에서도 경쟁관계인 LG전자가 글로벌 전장기업 마그나와 JV를 설립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냈던 것과 상반되는 행보를 보였다.

삼성그룹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취업제한인 상황이고 별건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서다. 재계와 업계에서는 비록 가석방일지라도 이 부회장의 출소와 맞물려 삼성이 점진적으로 주요 핵심 사업영역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확대될 것이며, 잔존하는 사법리스크가 종료되면 과거와 같이 진취적인 삼성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 입을 모았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돈이 없어 투자에 소극적이었겠느냐”면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의사결정 측면에서 알게 모르게 제동이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바이오 등에 단행했던 투자를 배터리에서 실시할 경우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강조하는 초격차 기술력과의 시너지가 상당해 K배터리 대표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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