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품 벗어난 LG에너지솔루션···SK이노 ‘SK배터리’ 출범 예고하며 유사 행보
삼성SDI ‘디스플레이→소형전지→중대형배터리’ 거듭 변화···母그룹 의존하향
전자·반도체·전장 차별화된 독자브랜드 구축 니즈 커져···“수익성 목전 의미”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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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배터리 기업들이 독자노선 채비에 힘을 쏟고 있다. 경영뿐 아니라 모그룹 의존을 낮추고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포스트 반도체’라 평가되는 배터리사업 수익화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모회사로부터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과 유사한 행보다. 독자노선을 걸어 온 삼성SDI의 경우 소형전지를 넘어 중대형배터리에 무게를 싣는 전략을 앞세우며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각 그룹을 대표할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 16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거쳐 오는 10월 1일 가칭 ‘SK배터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배터리사업부를 독립회사로 분할시킬 계획이다. SK배터리뿐 아니라 석유개발(E&P) 사업도 함께 분할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사업부 자회사화가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로 변화한다.

물적분할 되는 SK배터리는 상장을 통해 배터리 투자비용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방식은 LG에너지솔루션과 유사하다. 지난해 12월 LG화학은 배터리사업부를 분사시켜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한 LG화학(LG Chem)을 넘어 배터리사업 독립성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한 삼성SDI는 디스플레이에서 배터리 중심으로 한 차례 사업구조가 변화된 바 있다. 최대주주(19.58%)이자 모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판매호조에 힘입어 소형전지 세계 1위를 유지했다.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중대형전지 위주로 매출구조가 재편됐고 최근에는 순수전기차(EV)시장 확대로 이 같은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회사의 선택에 주주들의 반발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역점사업을 변화한 삼성SDI를 제외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주 모두 불만을 표했다. 기존 주주가 신생회사의 주주가 되는 인적분할 방식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기 때문이다. 100% 자회사로 편입시켜 상장과정에서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노린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배터리사업의 잠재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서도 불만을 가질 대목이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분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며, 배터리사업 성장에 따른 실익이 LG화학 주주들에도 배분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주주를 진정시켰다. 마찬가지로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까닭에 당시와 유사한 논란이 재현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성과공유를 약속하며 성난 주주들의 민심을 달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주반발과 같이 잡음이 예상됨에도 기업들이 사업 분할에 나선 것은 신규 투자금 확보 측면도 크지만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사업에서의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을 위한 각 그룹의 행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배터리산업이 포스트 반도체라 일컬어질 만큼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견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하는 만큼 별도의 법인으로 브랜드를 구축시켜 대응할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LG·삼성 배터리사업은 그룹 전자계열사 성과에 실적이 좌지우지될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중대형전지 사업이 안착하면서 거래처가 다변화됐고 자연히 그룹 의존도가 낮아졌으며, 배터리 사업만으로 흑자를 기대할 수준이 되면서 사업 독립성에 대한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확산된 것 같다”고 논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SK는 기존의 반도체사업과 ‘포스트 반도체’라 지칭되는 배터리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LG·삼성은 미래먹거리로 전장을 낙점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여서 배터리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면서 “3사 모두 전자·반도체·전장 등과 차별화되고 전기차 시장에서 부각될 수 있는 독자적인 배터리 브랜드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이어 “각 그룹 별 상황이 다름에도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유사한 고민과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결국 배터리사업을 통한 수익이 목전에 왔음을 방증한다”면서 “독립법인 형태로 변모하게 될 LG·삼성·SK 배터리 3사 모두가 추후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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