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값 싼 배터리’ 유럽수요 확대되는 추세
美 손잡은 한국과 방대한 내수 보유한 중국 유럽서 ‘패권경쟁’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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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중국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이 심상치 않다. 저렴함을 무기로 주요 유럽 완성차 브랜드를 노크하고 있다. 유럽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시장이다. 글로벌 배터리 패권을 둘러싼 한·중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형성초기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한 파나소닉이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후 한국·중국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한·중·일 3국 체제로 개편됐다.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처를 LG에너지솔루션·CATL 등으로 확대하면서 한·중 배터리 업체 영향력이 커졌다. 현재는 한·중 양국이 주름잡는 추세다.

글로벌 3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북미·유럽·중국이다. 선제적으로 시장이 부흥한 곳은 중국이다. 내연차 중심의 완성차시장에서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중국은 전기차로 빠르게 눈을 돌렸다. 특히 배터리에 역점을 뒀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기존 완성차업계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실익을 높이겠단 전략이었다. 

자연스럽게 중국 배터리업계의 점유율도 급상승했다. 중국에게 내수가 있었다면 K배터리에겐 유럽이 있었다.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배터리 공급을 통해 현지 업체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LG·삼성·SK 등은 용량이 큰 순수전기차(EV) 배터리 수주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던 유럽으로 중국기업 공략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는 우리 기업들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유럽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점유율 1위 CATL이다. 중국이 아닌 첫 번째 해외공장을 독일 베를린에 건설했다. 이곳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폭스바겐 등에 납품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이 팽창하면서 가격경쟁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유럽 내에서 중국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CATL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리튬보다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는 짧지만 값이 싸고 리튬이온 배터리와 호환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ATL을 포함한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이 역시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수요가 높아진다는 후문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값이 싸질수록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것이란 공감대가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업계 전반에 형성된 게 사실이다”면서 “전동화 전환이 늦은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중국 배터리업체와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운영사 다임러AG가 최근 전기차 전환계획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JV)를 설립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현재 다임러AG 배터리 공급사는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CATL 등인데, JV설립 시 CATL을 포함한 중국 업체들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다임러AG 측이 중국의 ‘저렴한 배터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수요 외에도 중국이 유럽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외형확장에 제한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유럽 등에 이어 가장 늦게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북미시장 진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빚고 있는 미국은 전기차·배터리 등 모빌리티 분야서 중국을 견제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차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른 전기차 시장이다”면서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 (친환경 모빌리티 공급망이)미국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전기차·배터리 시장 부흥을 위해 한국과 손잡았다. 양대 완성차 브랜드 GM·포드 등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JV를 설립했다. 이들 두 회사는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라인을 현지에 마련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은 북미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삼성SDI도 미국진출을 위한 현지 생산라인 구축을 준비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북미를 등에 업은 한국과 강력한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의 배터리 패권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열될 것이다”면서 “아직까지는 한국이 우위를 점한 유럽시장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유럽이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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