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새해 30분 앞두고 극적타결···“당시도 노조가 양보”
임금동결 지속되며 경쟁사와 임금·처우 격차확대···대통령·청와대에 호소
파업 우려에 수출기업들 벙어리 냉가슴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HMM(구·현대상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단협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HMM노조(육상·해운)는 교섭실패 시 새해 첫날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해를 넘기기 직전 HMM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고비를 넘겼지만 올해 역시 지난해와 유사한 조짐이다. 

쟁점은 임금이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했다. 회사는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수준의 격려금을 제시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이 완료된 상태다. 오는 19일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못할 경우 파업은 현실화된다.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파업우려가 커지자 조업차질을 우려한 수출기업들의 불안감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차례도 파업을 감행하지 않아 온 HMM노조가 지난해와 올해 이토록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까닭은 2019년까지 임금동결을 감수했던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해상직원은 6년간, 육상직원은 8년간 임금이 동결됐다. 지속된 해운업 불황을 묵묵히 버텨낸 직원들은 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는 데 발맞춰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한 해 실적만 가지고 논할 게 아니라 장시간 인내해 온 노고도 인정해달라는 의미다.

2019년 5조513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고도 29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HMM은 지난해 매출액 6조4132억원, 영업이익 9807억원을 실현했다. 올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 수준을 넘어선 2조42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1조원을 웃돌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시장전망치가 나올 정도로 HMM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연신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속된 임금동결로 경쟁업체와 임금격차가 확대된 점도 불만요인으로 꼽힌다. 유사연차·유사업종 근무자들의 경쟁사대비 임금격차가 최대 2000만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재야의 종이 울리기 30분 전 극적으로 타결된 지난해 협상과 관련해서도 “양보했다”는 인식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임단협은 임금 2.8% 인상, 코로나19 위로금 100만원 등이 골자였다. 이 같은 이유로 금년 협상만큼은 제대로 된 보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크다.

물동량 확대에 따른 해운운임 급증으로 드라마틱한 실적개선을 일구고 있음에도 HMM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장기간 적자에 시달린 상황에서 단기적인 흑자만 가지고 대대적인 임금인상을 단행키 어렵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업계 내부에서는 HMM이 여전히 채권단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임단협이 파행을 거듭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산업은행도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물가가 올랐지만 HMM 임금은 제자리였으며 경쟁사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감수했던 직원들의 심정을 채권단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면서 “지난해에도 파업 감행 시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이행과정에서 중장기적 처우개선을 약속한 회사에 양보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보다 치열하게 임할 전망이다”고 판단했다.

채권단과 노조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회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감에 따라 전례 없던 HMM 파업 우려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을 벙어리 냉가슴으로 지켜보는 이들도 상당하다. 수출기업 관계자들이다. 이번 임단협이 끝내 파행돼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제품수출에도 상당한 지장이 될 전망이다. 중국기업의 컨테이너 독점현상 등으로 인해 물류대란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파업에 따른 피해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한편, HMM노조는 지난 4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물류대란 우려에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을 전달했는데 서신에도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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