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내 ‘강성 매파’ 인사로 분류···가계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표, 금감원장 선임···금융사 관계 개선·조직안정 ‘시급’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사진 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사진=한국은행,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사진 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사진=한국은행, 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을 함께할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들이 결정됐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 차관급에 대한 정무직 인사를 단행하며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현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임명했다. 고 후보자는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으며 행정고시 28회를 통해 공직에 진출했다.

그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서비스국장, 사무처장 등 조직 내 주요 요직들을 거쳤으며 현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올해 4월 한은 역사상 최초로 금통위원 연임에 성공했을만큼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며 특히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대형 위기때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대내외적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고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금융위원장에 최종 임명될 경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 후보자는 금통위 내에서도 ‘강성 매파(긴축통화정책 선호)’로 분류되는 인물로 금융안정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고 후보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속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과도한 신용공급은 경제성장에 부정적일 수 있고 금융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며 “금융안정이 바탕돼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수립시에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 후보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 문제를 조율할 수 있는 인물로도 기대받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한은은 연일 기준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최근 시장에서는 두 정책간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의 퇴임 이후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금감원장의 자리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사가 채우게 됐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신임 금감원장으로 정 대사를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별도의 청문회 과정 없이 금융위원장 임명제청, 대통령 임명 과정을 거쳐 임명된다.

정 내정자는 행시 28회 출신으로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요직 후보에 매번 이름을 올릴만큼 금융권에서 큰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정 내정자가 금감원장에 임명될 경우 문재인 정부 최초의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탄생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최흥식, 김기식, 윤석헌 전 금감원장 등 연이어 민간 출신 인사를 금감원장에 앉혔다. 금융산업 개혁, 금감원 조직 혁신 등을 위한 조치였지만 금융위와의 대립, 과도한 금융사 CEO 징계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금감원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관련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라임펀드 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도 일부 남겨 놓은 상태다. 또한 윤 전 원장 시절 발생한 인사 갈등과 감사원의 징계 등으로 인해 내부 분위기도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정 내정자는 약 10개월의 임기 동안 금융사와의 관계 개선, 내부 안정 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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