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년比 4계단 오른 15위 랭크···4대그룹 계열사 10개社 명단포함
방대·탄탄 내수시장 보유 中·美·日 강세···내수 시장 규모 한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글로벌 500대 기업을 발표했다. 금년도 3월을 기준으로 직전 회계연도 매출을 근거로 추산한 이번 통계에서 중국기업이 135개 포함됐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22·53개 회사가 진입했다.

한국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15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미국이 절반을 넘어선 257개 기업을 차지하고 일본을 포함한 3국의 기업이 총 310개사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라 평가된다. 그럼에도 상위권 국가들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인데 결국 제한적인 내수시장의 한계가 기업의 성장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포춘이 발표한 500대 기업 1위는 미국의 월마트가 차지했다. ▲국가전력망공사(중국) ▲아마존(미국) ▲중국석유천연가스(중국) ▲시노펙(중국) ▲애플(미국) ▲CVC헬스(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미국) ▲도요타(일본) ▲폭스바겐(독일) 등이 순서대로 뒤를 이으며 10위권을 이뤘다. 상위 8개 기업은 모두 중국(3개)과 미국(5개) 기업이 차지했다.

범위를 20위권으로 확대해도 이들 두 나라의 강세는 여전했다. 중국·미국을 제외한 20위권 내 기업은 9·10위에 이름을 올린 도요타·폭스바겐을 포함해 ▲사우디아람코(사우디·14위) ▲삼성전자(한국·15위) ▲BP(18위·영국) ▲로열더치셸(19위·영국 네덜란드 합작사) 등에 불과했다. 15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전년(19위)대비 4계단 상승했으나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2018년(13위)보단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자랑한 곳은 현대차(83위)다. SK(129위)와 LG전자(192위)가 200위권 내에 자리했다. 이 밖에도 ▲기아(215위) ▲한국전력공사(222위) ▲포스코(226위) ▲한화(271위) ▲KB금융(366위) ▲현대모비스(398위) ▲삼성생명(416위) ▲CJ(450위) ▲SK하이닉스(452위) ▲LG화학(461위) ▲삼성물산(473위) 등도 500대 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별로 보면 4대그룹 약진이 확연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차그룹이 각 계열사 3곳씩을 진입시켰다. 재계 3·4위 SK그룹과 LG그룹 각 2개 회사도 명단에 포함됐다. 국내 15개 회사 중 10개 업체가 4대그룹 계열사인 셈이다. 포함된 기업들의 업종을 살펴보면 전자·자동차·금융 등 소비자를 상대로 한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순위에 포함된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B2B(기업 간 거래)보다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의 매출 순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면서 “B2C 기업들은 B2B 기업으로부터 소재·부품 등을 공급받아 제품을 제작·생산에 유통·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에 포함된 금액에 원자재 가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단에 오른 전자·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영업활동을 하는 만큼 더욱 높은 순위를 차지했을 것이라 부연했다.

포춘이 해마다 발표하는 500대 기업은 직전년 매출이 기준이다. 국내 대다수 상장기업은 개업일과 관계없이 회계연도를 1월 1일부터 12월 31일로 설정해 각 해의 실적을 표기한다. 반면 외국에서는 개업일로부터 1년째 되는 날을 회계연도로 설정한 경우가 많다. 이에 금년 3월까지 발표된 각 회사의 회계실적에 공개된 매출을 근거로 500대 기업을 추렸다.

매출액이 기준이다 보니 실익보다 판매가 중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IT 및 관련업종이 약진하는 추세지만 월마트가 아마존·애플 등보다 높은 순위를 유지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글을 운영하고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개발·판매하는 알파벳(Alphabet)은 21위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33위에 랭크됐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매출이 높다고 해서 높은 이익이 담보된다고 할 순 없지만, 매출은 그 자체만으로 기업의 실적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면서 “미국에서 역사 깊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하고, 버블붕괴 이후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일본과 미국을 넘어 500대기업에서 가장 많은 기업을 배출한 중국 등을 살펴보면 결국 탄탄하고 방대한 내수시장을 지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으니 해외시장 개척에 보다 진취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되는 이들 국가의 기업들과 달리, 국내의 경우 내수시장이 빈약하다보니 해외시장서 위축될 때마다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면서 “한계를 딛고 성장하는 국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나서 도와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춘의 500대 기업에 가장 많은 기업을 진입시킨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섰다. 작년도 500대 기업 명단에 중국 124개사, 미국 121개사가 각각 포함된 바 있다. 1년 새 중국은 포함기업 수가 11개 증가했으며 미국은 1개만 증가했다. 중국기업이 500대 기업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97년(4개)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