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의향 금융사, 비용증대 '난색'···100% 고용승계는 어려워
노조 "더 많은 직장을 지킬 수 있다면"···희망퇴직도 긍정적

한국씨티은행 서울 중구 다동 본점 전경/ 사진=한국씨티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이달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구체적인 매각 방식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안이 얼만큼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인수 성사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도 최대한 많은 직원의 고용이 보장되기 위해 '자발적 희망퇴직’ 시행까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매각 성사까지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통해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방향은 오는 8월에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정도 발표가 미뤄졌다. 앞서 씨티은행은 7월 중 통매각과 부분 매각, 단계적 폐지 가운데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은행이 매각하려는 사업은 소비자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이다. 인수를 원하는 금융사는 3~4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금융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수신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으로 나눠진다.

현재까지 인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매각 대상으로 나온 소비자금융, 신용카드 부문이 덩치 대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두 부문은 전체 대출자산 중 80% 넘게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 당기순익에서 차지하는 몫은 19%에 그쳤다. 두 부문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가 많아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3300명이다. 이중 국내 철수를 선언한 소비자금융 부문 임직원은 2500명(영업점 직원 939명 포함)으로, 다수는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한국씨티은행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인수를 원하고 있는 금융사들이 부분매각을 원하고 있는 것도 고용승계 부담을 피해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WM, 신용카드 사업부 등 일부분만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건비가 많이 드는 여·수신업 부문을 제외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WM·카드사업만 인수하겠다는 의미다. 

씨티은행 노조는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부분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출구 전략 발표가 다가오면서 투쟁 수위를 높이며 대응 중이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투쟁 모습을 해외홍보용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부분매각을 반대한다는 광고문구를 붙인 랩핑버스를 광화문, 금융위원회, 국회 주변에 순환운행하고 있다.

다만, 노조는 100% 고용승계를 고수하고 있지는 않아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조는 인수 의향이 있는 금융사들이 비용 증대를 꺼려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 최대한 많은 직원들의 고용이 보장되는 방법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자발적 희망퇴직 시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더 많은 수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46.5세로 다른 은행과 비교해 크게 높다. 미국 본사인 씨티그룹의 비용감축 정책으로 최근 몇 년간 지점 수를 대폭 줄이고 신입 사원을 거의 뽑지 않은 결과다. 이에 고 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인건비를 줄여 매각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사측도 희망퇴직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 행장도 CEO 메시지에서 자발적 희망퇴직을 언급한 바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 노동조합은 소비자금융그룹 전체 사업부문의 매각과 이에 따른 소속 직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자발적 선택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직원 가운데 희망퇴직을 원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고용이 최대한 보장되는 안이라면 인수 허가를 내준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매각을 통해 고용이 유지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 생각에 사측과 노동조합도 동의하고 금융당국도 희망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가능하다면'에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모든 직원의 고용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매각은 현실상 어려운 만큼, 많은 수의 고용이 승계되는 안이면 허락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의 공공성을 생각해봤을 때 금융당국도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고용이 얼만큼 보장되느냐가 이번 매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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