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시대적 특혜’ 발언 사과했지만···논란 계속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별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다주택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김현아 후보자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SH사장 후보자에서 사퇴한다”며 “저를 지지하고 비판하신 모든 국민께 죄송하다”고 글을 남겼다.

김 후보자는 남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와 서초구 잠원동 상가를 포함해 부동산 4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4채 보유에 대해 해명하며 “내 연배상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쉬웠고,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자산이 늘어나는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후보자는 이틀 뒤 “국민께 사과한다”며 “부산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역대급 내로남불’이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과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의 다주택을 강하게 비난한 점을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보유한 2채 중 충북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서울 반포 아파트를 놔두겠다는 노 전 비서실장에 대해 “청주집보다는 반포집이 낫고, 반포보다는 청와대가 낫다는 것이냐”며 “2주택일 때 싼 주택을 먼저 파는 것도 절세전략이긴 하다. 깊은 뜻과 계획을 몰라주니 당황하셨겠다”고 비꼰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2019년 12월 투기 논란을 빚은 흑성동 상가 건물을 매각하고 남은 차액을 기부하겠다고 한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게 “온갖 변명으로 구차하게 버티다가 청와대를 쫓겨난 인사가 투기로 번 돈을 기부하겠고 한다. 황당하고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지난달 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다주택자인 김 후보자 지명 결정을 철회하도록 촉구했다. 홍 의원은 “서민 주택 공급 책임자에 다주택자를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한 인사권”이라고 SNS에 글을 남겼다.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오 시장의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겼다. 김 후보자는 오 시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지명한 산하 기관장이다. 김 후보자의 다주택이 지난해 국회의원 재산 공개 당시부터 알려졌던 내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 시장이 다주택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서울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새 후보자를 지명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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