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 출범···산하에 현대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위해 설립된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유사
현대重지주-중간지주사 합병 관측도···“배당구조 단순화 승계자금 활용가능성”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새로운 중간지주사가 탄생했다. 지난 2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현대제뉴인이 현대중공업지주 산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한 것과 유사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 단행한 지주사 전환을 시작으로 대형 M&A를 치르며 지배구조 조정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 지배력은 더욱 탄탄해졌다. 그룹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현대중공업그룹은 2025년까지 글로벌 건설기계시장 ‘톱(TOP)5’에 오르겠다는 청사진과 함께 현대제뉴인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번 출범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러시아·중국·베트남·터키 등 5개국의 합병승인을 얻어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초대 대표이사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과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공동으로 맡게 됐다.

전문경영인(CEO)인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 등 3개 회사 대표직을 겸임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경영본부장,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한 조 사장은 현대 현대중공업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에 이어 현대제뉴인의 대표직까지 맡게 됨에 따라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됐다.

그룹을 대표하는 CEO·CFO가 공동으로 대표직을 맡는 것만으로도 현대제뉴인의 그룹 내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현대제뉴인 출범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계기로 재계순위도 변화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한화·GS 등을 제치고 9위에서 7위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재계 순위보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정 부사장의 승계다.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과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발행주식 26.6%와 5.26%를 보유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현대오일뱅크 등을 거느렸다. 한국조선해양 산하에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이, 현대제뉴인 산하에는 현대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등 건설기계 업체들이, 정유사 현대오일뱅크 산하에는 석유·화학 계열사 및 외부 합작사들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결합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지만 계획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글로벌 조선업계서 독보적인 점유·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제뉴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만 75% 안팎의 점유율을 자랑하게 되며 글로벌 빅5로 성장할 경우 이에 따른 실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사업과 수요가 확대되는 건설기계사업에서의 실익은 배당 등을 통해 중간지주사를 거쳐 현대중공업지주를 향하게 된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사업적 이력을 쌓으며 경영능력을 주주들로부터 인정받은 정 부사장은 차기 총수로 확실시되지만 자금이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그룹의 확고한 지배력은 정 이사장에 집중됐다. 정 부사장 입장에선 총수가 되기 위해 부친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상속받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를 위해선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문제는 정 부사장 개인재산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정 이사장이 장시간 정계에 몸담은 탓에 정 부사장의 개인재산도 대외에 노출된 바 있다. 2005년 대학졸업 당시 약 24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2013년 처음으로 1억원을 웃도는 예금액을 보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지주사전환 과정에서 부친으로부터 3040억원을 증여받고 금융가 대출을 통해 현재 보유한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증여세로만 1500억원 가량을 부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이사장이 정계를 떠난 후 물밑에서 재산을 증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 추가적으로 공개된 그의 수익은 급여와 배당 등이 전부다. 그룹을 물려받기엔 제한적인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신규 M&A를 통해 그룹에 편입된 회사들로부터의 수익이 중간지주사·지주사 등을 거쳐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정 부사장에 흘러갈 것이며, 축적된 수익을 통해 추후 승계자금으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인수를 위해 설립된 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 등 중간지주사가 추후 현대중공업지주와 합병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대두된다. 합병과정에서 생성될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을 통해 정 부사장의 지배력 제고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사업적 실익이 오너가 배당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등 중간지주사 산하 사업 회사들이 배당한 금액을 지주사가 직접 수령하는 방식의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정 부사장이 취득한 금액이 추후 승계에 활용될 여지가 높다”고 점쳤다.

한편, 현대제뉴인 출범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건설기계사업은 조선·에너지 등과 함께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될 계획이다”면서 “권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게 된 까닭도 집중육성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함이다”고 소개했다. 조 신임 대표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집중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건설기계부문이 그룹 핵심사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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