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년 연속 無파업 임단협 잠정안 마련···27일 노조투표 실시
기아 파업유력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부분파업···현대제철도 난항 예상
계열사 노조 “회사 아닌 현대차그룹 허수아비와 줄다리기 하는 느낌”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정년연장 등 인사권 개입 소지가 있던 노조 요구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기본급 인상 등 다양한 특전이 포함됐다. 3년 연속 파업 없이 도출된 이번 합의안이 오는 27일 노조투표를 통과하면 금년도 임단협도 끝을 맺지만 다른 계열사들 사정은 다르다.

기아는 쟁의권 확보작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은 부분파업을 실시하며 사측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태세다. 현대제철도 임단협에 앞서 ‘4조 2교대’ 도입 노조투표가 부결되며 본 협상 진통이 예상된다. 그룹 내에서 현대차만 순탄한 진행상황을 엿보이는 셈인데, 금년에도 이른바 ‘양재동 가이드라인’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본사를 둔 현대차그룹 내 노조서열화 문화를 지칭한다. 현대차를 상위에 올리고, 기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을 차등 대우한다는 그룹의 풍토를 두고 노동계가 붙인 명칭이다. 실제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그간 암묵적으로 지켜져 온 일종의 룰(rule) 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임단협 시즌에도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의 특수성을 고려해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이에 계열사 노조가 반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결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현대차를 제외한 계열사 노조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그룹의 고질적 관행과 노사관계 경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잔여 계열사 기본급이 동결되는 선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올해 현대차 임단협 합의안이 노조투표를 통과할 경우 다른 노조 입장에선 협상의 상한선이 그어지게 되는 셈이다. 금년도 현대차 노사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성과급 200% 및 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등이 포함됐다.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와 20만원 상당의 주간 연속 2교대 포인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돼도 기본급이 동결됐던 지난해와 달리 임금인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각 사 노조는 그룹이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개별 법인과 노조의 협상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위해 사측과 수차례 접촉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현대차 임단협 결과가 나온 뒤 움직이려는 의도가 다분히 반영된 행보다”고 꼬집었다.

기아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과 영업이익의 30%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현대차 합의안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대모비스는 노조에 기본급 5만9000원 인상과 경영성과급 125%와 35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의 자기계발포인트, 무상주 5주 등을 제안했다. 현대차 합의안보다 낮은 수준의 제안에 현대모비스 노조는 거부의사를 피력하고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또 다른 계열사 노조 관계자는 “계열사 노조들은 매년 회사가 아닌 그룹이 내세운 허수아비와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다”며 “지난해에도 일찌감치 임금동결에 합의한 현대차 노사관계만 원만하고 다른 회사들은 진통 끝에 연말에 이르러서야 임단협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정 회사를 우대하는 그룹의 풍토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룹이 전체 계열사 노사관계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문제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노동계가 주장하는 양재동 가이드라인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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