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합작법인 투자 결정···하나은행도 검토
기관투자자들 유입 전망···가상화폐 제도화 계기되나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지난 한 주(12~16일) 가상화폐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는 단연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사업(커스터디) 사업 진출이다. 우리은행의 커스터디 시장 진출이 확정되면서 하나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코인플러그와 함께 디지털자산 커스터드 전문회사 ‘디커스터디’ 합작 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코인플러그가 대주주로, 우리은행은 2대 주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커스터디'란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보통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고객은 보유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수탁 전문업체에 맡기면 수탁사는 관리의 대가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고객 자산을 탈중앙금융(디파이)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할 수도 있다. 

시중은행은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개발사 해치랩스,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코빗·블로코·페어스퀘어랩이 세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농협은행은 8일 암호화폐 지갑 기술을 보유한 헥슬란트와 간편결제 플랫폼사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과 함께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도 최근 보안 전문업체 1곳과 블록체인 전문업체 1곳을 만나 가상자산 커스터디에 대한 지분투자와 업무협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향후 사업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판단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최근 시중은행이 거래소 실명 계좌 발급을 꺼리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거래소에 대한 검증 책임을 사실상 지고 있기 때문에 실명계좌를 내준 후 해당 거래소에서 자금 세탁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형 거래소 한 곳에서만 하루 수백만명이 거래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이를 모두 검사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법인 대상 커스터디는 수탁사가 직접 해당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고 고객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거칠 수 있어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다만 아직 은행이 디지털자산 수탁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작 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로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커스터디 시장 진출이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규제 환경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투자를 망설여왔다. 하지만 커스터디 사업에 은행이 참여하면 기관투자자들이 유입될 수 있단 예상이다. 실제로 작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피델리티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도 자회사를 만들어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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