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당 법안 공정거래법 중복 우려 제기
안건조정위, 오는 20일 3차 회의서 전체회의 상정 의결 예정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 갑질 방지법)의 과방위 전체회의 상정 여부가 논의됐다. / 사진 = 연합뉴스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 갑질 방지법)의 과방위 전체회의 상정 여부가 논의됐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글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 및 수수료 부과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 갑질 방지법)’이 또다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안건조정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불공정행위 규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간 중복규제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안건조정위는 오는 20일 3차 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무조건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15일 국회 과방위에 따르면 이날 과방위 안건조정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2차 회의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의 전체회의 상정을 논의했지만 결국 미뤄졌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지난해 국회 여야 의원 총 7명이 발의한 법안으로,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결제·IAP) 도입을 강제하고, 타 앱마켓에 콘텐츠 제공을 못 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구글플레이 내 입점한 앱에 인앱결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최대 30% 수수료 부과를 확대 적용하기로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구글의 정책 시행 발표 직후 추진된 법안이긴 하지만 애플 역시 해당 법안 대상이다.

법안 발의 당시 여야 모두 구글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지만 야당의 돌연 신중론 탓에 과방위 법안2소위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하며 공회전하고 있다.

과방위는 국회법 제57조의2 조항에 따라 지난달 말 안건조정위 1차 회의를 열고 구글 갑질 방지법을 논의했지만, 전체회의 상정은 보류됐다. 약 2주간 관련 업계와 기관 의견을 수렴해 재논의하자는 이유에서다.

안건조정위 회부 안건은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 및 전체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안건조정위에 의결된 안건에 대해선 소위 심사를 거친 것으로 보며 상임위는 안건조정위의 조정안이 의결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표결하게 돼 있다.

전체회의 통과 후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에 차례로 상정한다. 본회의 통과 후 법안이 공포되면 15일 이후부터 즉시 발효된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인(조승래, 정필모, 한준호), 국민의힘 2인(황보승희, 허은아), 무소속 1인(양정숙) 등으로 구성됐다. 양정숙 의원이 더불어시민당(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건조정위 여권 인사는 총 4명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IT업계에는 당초 2차 회의에서 의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2차 회의에서도 결국 무산됐다. 불공정행위 관련 공정거래법과 중복규제 우려가 있어 공정위와 방통위 간 의견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개정안 중 ▲타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 하도록 강요·유도하는 행위 금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 사업자 차별금지 ▲앱마켓 사업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금지 등 3가지 조항은 불공정거래 규제와 중복되며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이나 약관법 적용을 통해 규율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타 앱마켓에 등록을 못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법 소관업무란 공정위 주장과 방통위 주장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방통위는 최대한 빨리 공정위와 논의해서 정리해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건조정위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3차 회의를 열고 전체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과방위 전체회의는 다음날인 21일, 법사위는 22일 예정돼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19일까지 관련 의견을 검토한 뒤 전체회의 전인 20일 안건조정위서 처리하는 걸로 결론 났다”며 “지난주까지 업계, 부처 등 의견을 취합하긴 했지만 방통위가 제대로 조정을 하지 않아서 법사위 통과 전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다시 조율하고 오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터넷업계에선 공정위의 중복규제 의견을 두고 플랫폼업계에 대한 규제권한은 전문성이 있는 부처가 관할하는 것이 적합하단 주장이 나온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규제당국이 제재할 경우 산업성장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본인들이 자체적으로 플랫폼 관련 규제 권한을 가져가고 싶어 하다 보니 손 놓기 싫은 것”이라며 “공정위는 플랫폼에 대해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만약 그럴 경우 우리나라 플랫폼 업계들이 전문적이지 못한 규제당국으로부터 제제받아 산업성장 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도 플랫폼 관련해선 전문부처가 관할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는 자기들 역할대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갑질하는 사업자를 잡아내면 되는 것 아니냐. 독점거래법 통해 문제가 되면 시정조치 통해 개선할 수 있단 논리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게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더라도 시정명령이 법치적 사항이 아니다 보니 구글에서 ‘나는 못 하겠다’고 하면 또다시 소송이 진행되는 등 몇 년씩 길어질 것”이라며 “소를 잃고 난 뒤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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