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들의 관심 끄는 중요한 장치
검열되지 않은 날것의 매력 키워야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대기업 오너들이 SNS에서 자신의 색깔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오너들이 인스타그램 계정만 열었다하면 관심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한 비결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예쁜 사진, 힙한 사진, 맛있는 사진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너만이 줄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하다. 오너 중에 소위 인스타그램 스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은 흔했지만 국내에서 오너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은 부재했다. 그 블루오션을 정 부회장이 개척했다.

요리를 하는 소탈한 모습,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모습, 자녀들과 노는 모습,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은 그동안 매체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오너가 요리도 하고, 가정적이기까지 한 모습에 정 부회장 게시물을 본 이들은 반색했다. 거기에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소구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은 들여다볼 때마다 새 게시물이 있을 정도로 업데이트가 잦다. 그만큼 보는 재미가 있다. 업데이트가 느린 계정은 금세 시들해진다. 이를 아는지 그는 많게는 하루에 3개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한다. 또 ~함, ~됨 등 이른바 음슴체를 써서 오너의 이미지를 중화시키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12일 현재 전체 게시물은 32개에 불과하다. 정 부회장식 인스타그램 사용법이다. 게시물을 자주 올리지만 밀당(밀고 당기기)하듯 게시물을 자주 지우기도 한다. 사라진다는 생각에 팔로워들은 정 부회장의 업데이트된 게시물을 빠르게 읽는다.

때로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받는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부분을 거론하게 되면 질책을 받기 일쑤다. 대기업 홍보팀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법한 일들을 오너 개인은 할 수 있다. SNS 특성상 감정적이기 쉬운데 이런 점들은 주주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그런 잡음을 겪고도 정 부회장의 팔로워는 더 늘었다. 12일 현재 67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은 신세계그룹 홍보팀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됐다. 그의 말 한 마디가 신제품의 예고가 됐고, 새 사업의 티저가 됐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관련 기사도 캡처해서 게시물로 올리며 그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기자들의 일은 더 바빠졌다. 인스타그램을 체크하지 않으면 새 소식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사진이 연예부 기사가 되듯 오너들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기삿거리가 되기도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처음 시작해 12일 현재 게시물이 7개에 불과하지만 팔로워 수는 3000명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이미 최 회장을 팔로우했다. 아직 최 회장은 정 부회장을 맞팔로우하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진심인 정 부회장처럼 자주 게시물을 올리고 열심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도로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인스타그램과 억지로 하는 인스타그램은 분명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를 인스타그램에 분출해야 이용자들도 봐주는 것 같다.

정 부회장이 여론의 뭇매를 받는 모습을 보고도 최 회장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통과 자극에 익숙한 MZ세대는 정제된 것보다는 날것에 더 호기심을 갖는 다. 닿지 못하는 원거리에 있는 오너보다는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틈나면 들여다볼 수 있는 오너를 더욱 친근하게 여긴다. 친근함은 곧 그 사업, 그 기업에까지 확장된다. 오너들이 인스타그램을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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