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사모펀드 100% 보상 이후 분조위 부분 보상안 투자자들이 '퇴짜'
분조위 기능 사실상 상실 분석도···예고됐던 혼란에 책임공방 벌어질 듯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사모펀드 투자자 및 판매사 대상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속도를 내려는 금융감독원이 예상치 못했던 암초에 난감해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안을 본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자신들도 원금 전액 반환 아니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분조위의 부분 보상 조정안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 결정은 금융감독원의 분조위 기구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으로서는 한국투자증권에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CEO 및 기관징계를 무기로 판매사에 적극적인 보상을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 대신證·하나·부산銀 라임 분조위 D-1···불수용 ‘유력’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3일 라임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과 하나은행, 부산은행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기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금융감독원 기구로 법적 권한은 없다. 하지만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 조정안에 대해 20일 이내에 수락할 경우 분쟁조정이 성립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라임을 포함한 주요 사모펀드에 대해 분쟁조정을 완료하기로 계획했다. 코로나19로 다소 지체가 있었지만 무역금융펀드는 지난해 6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 결정을 내렸고 국내자산투자펀드는 지난해말과 올해초에 걸쳐 KB증권, 우리은행, 기업은행에 대해 40~80% 배상을 결정했다. 올해 4월에는 라임CI펀드에 대해 분쟁조정을 마쳤다. 남아있는 라임펀드 분쟁조정은 대신증권과 하나은행, 부산은행에서 판매된 펀드와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된 펀드다.

이번 분조위에서 결정되는 판매사별 판매규모는 대신증권이 반포WM지점을 통해 판매한 2480억원과 하나은행 871억원, 부산은행 527억원가량이다.

금융감독원은 분조위에서 전액 보상이 아닌 40∼80% 수준의 부분 보상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반포 WM센터의 장모 전 센터장은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라임펀드를 투자자 470명에게 판매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2억원의 벌금형이 추가됐다. 하지만 법원이 장 전 센터장에 대해 사기 혐의가 아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면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과 부산은행 역시 비슷한 수준의 보상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라임펀드 관련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두 기본배상비율 55%를 기준으로 개인대상 40~80% 수준의 조정안이 결정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전액 보상이 아니면 조정안을 거부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10대 사모펀드에 대해 100% 보상을 결정한 상황에서 분조위가 100%가 아닌 부분 보상을 조정안으로 제시할 경우 투자자들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에도 분조위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한 2건의 분쟁과 관련해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한 투자자는 이를 거부했다.

이날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과 NH투자증권의 수익증권 양수 같은 방안이 나왔는데 금융감독원이 불완전 판매 부분에 한정해서 분조위를 개최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대신증권의 라임 분조위 역시 100% 배상이 아니면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금감원 분조위 기능 상실···책임 공방 불가피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사모펀드 전액 보상 발표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조정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 10종에 대해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법인 및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전액 보상 대상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으로 약 1584억원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우려도 그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분쟁조정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펀드들도 상당수였기 때문에 향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은 명약관화였다.

금융감독원으로서는 한국투자증권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윤석헌 원장 시절부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분조위와 제재심을 병행하면서 판매사가 투자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을 할 것을 압박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에도 팝펀딩 환매중단과 관련해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사전통보해 놓은 상태에서 제재심 개최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이 긴급히 전액 보상 결정을 발표했고 이를 본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에서 경징계인 ‘기관주의’로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최근 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사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향후 전액배상 조정안 결정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사모펀드 부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명백해진 상태에서 판매사에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기기가 논리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로서는 원금을 전액 돌려받기 위해 소송전을 선택할 가능성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환매중단된 사모펀드의 특성상 피해 규모가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서는 피해 규모가 확정되어야지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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