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계조 발급 검증은 은행 책임"···거래소 줄폐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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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지난 한 주 (5일~9일) 가상화폐 시세는 채굴 난이도가 하락하면서 오름세를 타다가 코로나19 재확산세 조짐으로 하락 전환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는데 있어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직전 난이도 조정 시점과 비교해 28% 가까이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네트워크는 새 블록이 일정한 속도로 생성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있다. 채굴 경쟁자가 많으면 난이도가 올라가고, 채굴 경쟁자가 적으면 난이도가 내려가는 식이다. 난이도는 1에서부터 시작한다. 

난이도가 하락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채굴을 엄격하게 단속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채굴이 13개월래 최저로 떨어지는 등 급락하자 채굴을 활성화하기 위한 네트워크 안정화 메커니즘이 자동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난이도 하락으로 급등했다. 난이도가 감소로 거래 수수료가 크게 하락했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도 오른 것이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보다 4.58% 급등한 3만5413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7.99% 급등한 2323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얼마가지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9일 오전 6시 3만2900.23달러로 전일 대비 약 4.05% 하락했다. 이더리움은 2138.70달러로 약 8.99% 떨어졌다. 업계는 세계 경제 회복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시세도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을 경계해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서 안전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줄폐쇄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일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부여하는데 있어 검증의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한테 다 떠넘긴다고 하지 말라. 그게 은행이 할 일”이라며 “은행은 (거래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개정으로 줄폐쇄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특금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거래소는 은행들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았다는 확인서 등을 9월 24일까지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제출하고 신고 절차를 마쳐야 영업을 할 수 있다. 

거래소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은행이 계좌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 검증 책임을 맡고 있는 점이다. 은행들은 자금세탁 사고 연루에 대한 가능성 때문에 거래소 검증 작업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거래소는 은행의 심사 기회마저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도 이 점을 인지하고 최근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금융위에 특금법상 면책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심사 과정에서 은행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더는 그런 말(면책 요구) 안 했으면 좋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4대 거래소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은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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