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발주량 전년比 192%↑ 韓수주는 7배 증가···6月 점유율 44% 1위
현대重-대우조선 ‘빅딜’ 우려 팽배···노사관계 악화 및 원자재인상 악재도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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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한국이 글로벌 선박수주 시장에서 경쟁국인 중국·일본 등을 제치고 독주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의 표정이 밝지않다. 추진되고 있는 조선업 빅딜이 암초를 만난 가운데 노사갈등과 원자재상승이란 고비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6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선박수주는 415만CGT(131척)로 파악된다. 이 중 한국은 182만CGT(40척)를 수주해 점유율 44%를 나타내 지난달에 이어 1위를 이어갔다. 2위는 38%의 중국(157만CGT·63척)이었으며, 3위는 일본으로 30만CGT(14척·7%)를 수주했다.

상반기 누계수주량은 2402만CGT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조선수요가 급락했던 전년동기(824만CAT)대비 192% 증가했다. 유조선을 제외한 컨테이너선, 대형 LNG선, 초대형 유조선(VLCC), 벌크선 등의 발주가 증가했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경우 수주량이 1400%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대형 LNG선과 VLCC 등도 각각 438%, 138% 신장했다.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선종들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수주량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발주량이 2배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한국의 수주량은 지난해(135만CGT) 대비 약 7배 증가한 1047만CGT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누계수주량 기준 상반기 1위는 자국 발주량을 독식하다시피 한 중국이지만, 격차가 12만CGT로 좁혀진 상황이어서 하반기에는 한국의 역전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주영업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전체적인 업계 표정은 밝지 못하다. 노사관계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전 8시부터 나흘간의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019년과 지난해 임단협이 결렬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악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법인분할 과정에서 촉발됐다.

회사가 기존 현대중공업 법인을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현대중공업(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임시주총에 상정했고, 노조는 임시주총장을 점거하며 분할을 반대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임시주총 장소를 변경하면서까지 분할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2년 연속 임단협 합의에 실패했으며, 내달 여름휴가 전까지 합의를 모색하지 못할 경우 3년 치 임단협 협상에 나서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진통 속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진행됐지만, 이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9월 30일로 3개월 연장했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장이다. 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 등의 결합심사 승인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의 심사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합병심사의 관건이라 일컬어지는 유럽에서 LNG선의 과도한 점유율이 지적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합병을 반대하는 정치권·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결합심사는 심사국 전체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에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심사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기가 예상되고 있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후판가격도 우려요인이다. 주요 조선사들은 후판을 납품하는 철강업체들과 올 상반기 85만원 안팎의 납품가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광석 가격 인상과 조선업 장기침체 기간 동안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가격을 동결해 온 철강업계의 후판가 인상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수주실적이 즉각적인 실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수주낭보가 전해질수록 철강사 인상요구를 외면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인상 등 난관 속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고 추가수주를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다만 조선산업 슈퍼사이클 진입 단계로 평가되는 시점에서 내부적인 갈등으로 사업이 저해되는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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