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공소사실 공표 불가피···증거조사 과정서 이 부회장 사생활 공개 여지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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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불법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약식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식재판에 회부되자 삼성 내부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구체적인 공소사실 공표가 불가피해졌을 뿐만 아니라, 증거조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사생활이 공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향정)로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된 이 부회장의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기로 지난 28일 결정했다. 사건은 이날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에게 배당됐다. 형사11단독 재판부는 마약·환경·식품·보건 범죄를 담당하는 재판부다.

이 부회장은 최우선으로 변호인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수사단계에서 방어권 행사를 도운 변호사가 연속성을 위해 선임될 수 있지만, 재판에 특화된 법조인이 새로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기소된 다른 사건에서 검사출신과 판사출신을 교체해가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한 바 있다.

공판절차가 시작되면 피고인의 성명과 나이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검사의 공소제기 설명, 증거조사, 피고인에 대한 신문과 반대신문, 검찰의 의견진술과 변호인의 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 절차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될 전망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몇 년에 걸쳐 몇 회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검찰이 판단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병원뿐만 아니라 한남동 자택에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의혹이 있다. 이 의혹이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포함됐는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투약해준 여간호사와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가 재판과정에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해당 메시지가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추가확인이 필요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와 범행 일시 등을 특정할 증거로서 검찰이 제시할 여지가 있다.

‘사법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약식기소를 반겼던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 개인사가 대중에 공개될까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적인 문자메시지 내용이 일부 공개됐던 과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한다. 사면과 가석방 이야기가 정치권과 재계에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변수가 생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 4일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약식기소는 징역·금고형보다는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검찰이 정식 재판(구공판)에 넘기지 않고 법원에 서면 심리를 신청(구약식)하는 절차다.

벌금 5000만원은 향정 혐의 법정형의 벌금 상한(7500만원)보다 낮아 약식기소가 불가능한 사례는 아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마약류관리법 61조의 3항을 적용했는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돼있고 상습범의 경우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어 그 상한은 7500만원이다.

검찰의 약식기소 이후 이 부회장의 또다른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은 ‘포괄일죄’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장변경 가능성이 있다며 정식 재판 절차를 신청했다. 공소장변경은 정식재판에서만 가능하고, 약식재판에서는 불가능하다. 검찰의 신청을 받은 법원도 약식명령을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을 공판에 넘겼다.

한편 향정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중 대부분이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전체의 3%안팎에 불과했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검찰연감’에 따르면 2017년 4081명 중 120명(2.9%), 2018년 3409명 중 126명(3.7%), 2019년 3542명중 101명(2.9%)이 향정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2019년도 기준 실형 선고율은 57.8%, 집행유예는 36.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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