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4세 경제활동 인구 내년부터 감소 전환···노인 생활 패턴, 경제 활동 중심으로 변화
일하는 노인 증가,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기준 상향, 정년 연장과 함께 가져가야”

24일 낮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한 노인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24일 낮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한 노인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요즘 누가 예순 다섯을 노인이라고 보나. 70살이 넘어도 왠만한 사람은 충분히 일할 수 있어.” -서울 거주 70세 노인 최 모씨.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 감소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연금 등 복지 부분과 졍년 연장 부분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내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 2551만명에서 2023년 2582만명으로 30만명 늘었다가 2028년 2402만명으로 100만명 감소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이다. 전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2만2820명으로 4월 기준으로는 1981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월별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감소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6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가 2018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5년엔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라가 늙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계에선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노조는 최근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법제화해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대차는 올해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매년 2000명 이상의 직원이 정년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 현대차 고용 규모는 약 7만여명인데 향후 5년간 전체 직원의 20%가량이 정년 퇴직하는 셈이다. 

현재는 청년들의 취업난 문제가 심각하지만 몇 년 뒤에는 기업들의 구인난 문제가 청년 취업문제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는 우리나라의 경제 활력도를 낮추는 요인이기에 노인 연령기준 상향이 타개책으로 거론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 문제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생산인력이 감소할 수 밖에 없어 노인 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다만 청년 세대들이 들어갈 자리에 대한 고려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 수준에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노인세대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다. 돈을 버는 노인이 늘고 자녀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가구를 형성해 생활하는 노인의 비중도 늘고 있다. 또 예전에 비해 동일 연령대 건강 수준도 나아지는 추세다. 

최근 정부의 노인세대 조사를 보면 노인 개인 소득은 2008년 700만원에서 지난해 1558만원으로 증가했다. 65~69세 경제활동 참여율은 39.9%에서 55.1%로 늘었다. 같은 기간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도 24%에서 49%로 늘었으며 가구 형태도 노인단독가구(독거+부부가구)가 66.8%에서 78.2%로 증가한 반면 자녀 동거가구는 27.6%에서 20.1%로 줄었다. 

일하는 노인세대가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일을 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기에 병원비나 요양비 등으로 나가는 돈이 줄기 때문이다. 사회 활동의 참여 정도와 건강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은 연구 결과로도 나와 있다. 

중원대 작업치료학과 박경영, 신수정 교수의 ‘65세 이상 노인의 참여활동수준과 기능장애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노인들의 신체 기능 장애는 도구적 일상생활의 참여활동수준, 직업 상태(은퇴)가 유의미한 요소로 나타났다. 사회적 참여 활동 수준이 신체기능 장애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수급, 지하철 무임이용 등의 기준연령 상향을 동반한다.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정년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현재 만 60세 정년이 만 65세 정년으로 연장될 경우 60~64세 연령의 추가고용에 따른 비용은 약 15.9조원(직접비용 14.4조원, 간접비용 1.5조원)으로 추정된다. 60세 연령 한 집단만이 정년연장의 수혜자가 되는 도입 1년차에는 1.8조원으로 나타 났으나 60~64세 모든 연령의 집단이 정년연장의 수혜자가 되는 도입 5년차에는 1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노인의 연령 기준 연장은 노인층에 대한 퇴직 연령, 연금 수급 연령, 복지 수급 기준 등이 연계돼 있어 다양한 분야와 관련 부처들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관한 논의를 하는 부분이 있냐는 본지의 질문에 “답변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교수는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기 위한 기반 여건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다”며 “연금 제도가 정착하는데 더 시간이 필요하고 청년세대와 노인세대의 갈등,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연령 상향만 되고 정년 연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연금 공백 문제도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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