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취임 후 대한상의는 ESG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행보 눈길
종합경제단체 변모 추구···‘미스터 쓴소리’ 손경식 회장 존재감 영향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사진=경총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사진=경총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한민국 대표 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쓴소리를 연일 내놓으며 재계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행보와 대비된다.

경총은 24일 영국을 예로 들며 산업재해와 관련해 기업 처벌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 관리를 맡기고 선진 산업안전보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1만 명당 사망사고자 비율이 0.03(▲미국 0.37 ▲일본 0.14 ▲한국 0.46)에 불과한 안전선진국인데 1974년 이후 정부 규제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자율책임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에서 추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처벌 중심행정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이틀 전인 22일엔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와 관련해 “혼란 최소화를 위한 보완조치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날 정부의 규제혁신 성과가 100점 만점에 49.8점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서도 적극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경총 뿐 아니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이 함께 사면건의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손경식 경총 회장은 다시 한 번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이재용 사면을 촉구했다. 정부여당 내에서 사면이 아닌 가석방 운을 띄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최근 경총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재계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기업들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 취임 후 ESG 경영, 사회적 가치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한상의보다 상대적으로 비교된다.

이와 관련 경총이 종합경제단체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단체라고 하지만 모든 상공인을 아우르는 성격이어서 대기업,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의 역할만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역시 끊임없이 재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정권 내내 정부의 패싱을 겪고 있다.

재계의 어른으로 꼽히는 손경식 회장의 존재감도 경총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손 회장은 할 말은 하는 재계의 대표적인 ‘미스터 쓴소리’로 꼽힌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선 증인으로 출석해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이미경 CJ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했다. 그 말 자체가 의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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