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점주들, 악의적 소비자·배달앱 우월적 지위 개선 요구
쿠팡이츠 ‘새우튀김 1개 환불’ 사태 사과···“점주 보호 전담조직 신설”

/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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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지난달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가게 점주 A씨는 소비자와 배달 애플리케이션 측으로부터 무리한 환불 요구 등을 받았다. 소비자는 주문한 음식 중 새우튀김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주문한 새우튀김 3개 중 2개는 먹고 나머지 1개는 하루 동안 냉장고에 보관한 것이었다.

소비자와 A씨 사이 말싸움이 벌어졌고, 소비자는 앱 리뷰에 “개념 없는 사장”이라는 댓글을 올렸다. 별점도 1점을 달았다. 배달 앱 측도 A씨에게 지속적으로 항의했다. A씨는 사과를 했지만, 소비자는 기분이 상했다며 음식값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3주 뒤 숨졌다.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비롯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리뷰·별점 제도가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달앱의 리뷰와 별점은 소비자의 선택과 점주의 매출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업을 통해 생계를 영위하는 점주를 악의적 소비자들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배달앱의 리뷰와 별점은 소비자의 메뉴와 음식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이면서 점주에게는 매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며 “이에 따라 리뷰와 별점을 무기로 한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 허위 및 악의적인 후기 등에 따른 점주의 피해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블랙컨슈머의 급증은 배달앱의 리뷰 및 별점제도와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현재 배달앱은 블랙컨슈머를 방치, 방관, 양산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며 “배달앱이 소비자의 리뷰와 별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평가하다 보니 점주는 블랙컨슈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허석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새우튀김 하나 때문에 점주가 숨지고 유가족은 가족을 잃었다”며 “무리한 소비자의 요구 외에도 리뷰와 별점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매장을 평가해 소비자 일방의 영향력을 키워 온 쿠방이츠의 시스템도 원인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점주는 “점주는 답글을 달 수 없는 구조인데 고객의 일방적인 리뷰로 매출감소 등 고통을 받고 있다”며 “쿠팡이츠 측에 여러 번 개선을 건의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설협의체 구성 등 제도 개선 마련을 주문했다.

개선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도 나왔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점주들은 음식의 맛, 위생 등 본질적인 노력보다 손편지, 리뷰이벤트 등 리뷰와 별점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악성리뷰에 대한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 ▲점주 대응권 강화 ▲별점평가 제도에 객관적인 지표 마련 ▲환불 규정 정비 등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같은 기본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함에도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며 “코로나19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한 행태를 견제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10일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위한 입법·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폭증을 거듭했고, 이에 따라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는 크게 강화되었다”며 “온라인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와 핵심적인 데이터의 수집이라는 이점을 동시에 누리고 있기 때문에 거래상대방에 대한 지배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러나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중개서비스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은 자신의 명의로 소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 분야의 일반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온라인 플랫폼 거래에서의 계약서 작성·교부와 표준계약서 마련, 상생협약 등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근거규정은 없는 상태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한 갑질 관행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이츠는 이날 ‘새우튀김 1개’ 환불 등 사태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주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쿠팡이츠는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객상담을 비롯해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고 고객과 점주 여러분 모두 안심하고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가 밝힌 대책은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 신설 ▲전담 상담사 배치 및 교육 강화 ▲악성리뷰에 해명 기능 조속히 도입 ▲음식만족도, 배달만족도 평가 업그레이드 ▲갑질 해결 위해 점주와 시민사회 목소리 경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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