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 최초 대만 진출 통해 동남아 디지털 결제망 구축
라인과 협력해 인도네시아 디지털뱅킹 서비스 출시
“높은 경제성장률 대비 금융서비스 미비···국내은행 진출 용이”

하나은행 동남아 진출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하나은행 동남아 진출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하나은행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발을 넓혀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이어 최근에는 대만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악화된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향후 신남방 시장 공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 최초로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타이베이 지점 개설 인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향후 점포 개설을 위한 행정 업무 및 실무 절차를 진행해 내년 초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하나은행이 대만 진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만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제 성장 및 리쇼어링 정책 등으로 현지 기업에 긍정적인 영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금융제도와 공시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량한 현지기업 유치 및 무역금융 수요 등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대만 시장 진출 이전부터 동남아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 및 53개의 지점·출장소를 가지고 있는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인 라인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인 ‘라인뱅크’를 출시한 바 있다.

라인뱅크는 국내 은행이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동남아시아에서 금융서비스를 시작한 첫 번째 사례로 ▲비대면 실명확인(e-KYC)을 통한 계좌개설 ▲정기예금 ▲직불카드 ▲무카드(Cardless) 출금 ▲공과금 납부(Bill Payment)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현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수신 서비스만 우선적으로 런칭했으나 향후 대출상품, 대출 관련 제휴 확대 등 지속적인 서비스 확장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동남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 및 각종 규제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자산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남방 국가들은 높은 경제성장률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인 한편 아직 금융 서비스 발전이 미비해 국내 은행의 진출이 용이하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국내보다 기준금리가 높기 때문에 자산 대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해외 지점의 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이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준 현지 법인의 당기순이익이 71억1800만원으로 전년 동기(288억4300만원) 대비 75.3% 급감했다. 때문에 향후 동남아 시장 법인의 실적 개선이 성공적인 신남방 진출을 향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2020년 1분기에는 국채매각 등 일회성 매매평가익과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으로 인도네시아 법인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며 “일회성 요인을 감안할 경우 올 1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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