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모펀드 원금 전액반환 결정···기관·법인도 100% 보상
같은 펀드 판매한 다른 은행·증권사는 투자자 반발 예상에 '난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 10개를 선정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돌려주겠다고 긴급 발표하면서 같은 펀드를 판매한 다른 증권사와 은행이 곤란한 입장이 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부분 보상이 진행 중인 펀드에 대해서도 전액보상하고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과 법인도 구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증권사와 은행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전액보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투證 전액배상 결정은 양수겸장?

16일 오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간담회를 긴급 개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 10종에 대해 7월까지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전액 보상이 결정된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으로 806계좌를 통해 약 1584억원이 판매됐다.

이 가운데 분쟁조정이나 사전지급 등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전액 또는 부분보상한 펀드도 있는데 상관없이 전부 100%를 보상한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이나 법인도 모두 보상 대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보상한 금액을 제외하고 약 805억원을 추가로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반기 결산과정에서 충당금을 설정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파격적인 전액보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팝펀딩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경감을 위해 결정한 조치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기관경고'를 사전통보받은 상태로 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이번 전액보상 결정이 결과적으로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다른 은행 및 증권사에 압박을 줄 수 있는 ‘양수겸장’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선제적으로 투자금을 전액보상하면서 최다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곤란하게 만든 바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을 근거로 제시하며 NH투자증권을 몰아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보상금은 287억원에 불과했지만 NH투자증권은 전문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 대상 보상금으로만 2780억원을 지출해야하고 CEO 역시 중징계 위기에 몰려 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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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 금융사는 ’불편한 심정‘

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투자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은행 및 증권사들은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으로 입장이 한층 곤란해졌다.

대부분의 은행 및 증권사들은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부분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이 전액보상을 결정한 디스커버리 US핀테크펀드의 경우 기업은행은 3612억원가량을 판매했고 현재 695억원이 환매중단됐다. 금융감독원 분조위는 손해액의 40~80%(법인 30~80%)를 배상하라고 지난달 권고했고 기업은행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전액보상 결정으로 향후 분쟁조정과정에서 부분보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6조8479억원에 달한다. 라임·헤리티지·옵티머스·디스커버리·헬스케어 등 5개 펀드의 환매중단 금액이 전체의 42%인 2조8845억원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젠투펀드의 경우 환매중단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 판매사별 환매중단 금액은 신한금융투자가 42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삼성증권은 1451억원, 우리은행은 347억원, 하나은행은 301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79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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