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000억 자사주 매입 및 중간배당···주주가치 제고 의지 표명
LG헬로비전과 합병 준비작업 관측도···소규모합병 성사시 '일사천리'
향후 합병비율 놓고 소액주주 및 SK텔레콤의 반발 가능성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LG유플러스가 창사 이래 첫 자사주 매입과 중간배당에 나서면서 자회사 LG헬로비전과 합병 준비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자사주 매입과 중간배당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다면 합병 후 지주사 LG의 지배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주주총회소집 및 주식매수청구권 절차가 없는 ‘소규모합병’도 한층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LG유플러스 주가를 띄운 이후 LG헬로비전과 합병한다면 LG헬로비전 소액주주들 및 2대주주인 SK텔레콤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변수로 보인다.

◇ LG유플러스, 헬로비전 합병준비하나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의 자사주 취득과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LG헬로비전과 합병을 위한 기초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LG헬로비전 주식 50%+1주(3872만3433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2019년 2월 CJ ENM로부터 8000억원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인수 당시 LG유플러스는 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과 인터넷사업, 케이블TV 등에서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수 이후 LG헬로비전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매출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반등했지만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각 회사를 유지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중복으로 지출되고 개인정보보호법상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제약이 크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블TV의 구조적인 이슈로 가입자 성장은 물론 LG유플러스와의 결합상품이나 영업망 공유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로서는 시너지 창출을 위해 LG헬로비전과 합병을 적극적으로 고려할만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합병은 2019년 인수 당시부터 꾸준하게 제기됐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모두 상장사이기에 합병비율은 주가에 따라 결정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이사회의 합병 결의 하루 전, 일주일 전, 한달전 주가를 가중평균한 수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한다.

LG유플러스는 지주사 LG가 지분 37.66%를 가지고 있다. 합병과정에서 LG헬로비전의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합병법인에 대한 지주사 LG의 지배력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자사주 매입과 중간배당은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합병과정에서 지배력 유지를 위해 LG유플러스 주가를 적극적으로 띄우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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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규모합병할까···SK텔레콤 반발 가능성

LG유플러스가 주가 부양에 나선 배경에는 소규모합병을 안정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합병과정에서 존속회사가 피합병회사 주주들에게 교환해줄 주식 수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 이하면 소규모합병을 할 수 있다. 소규모합병이 성사되면 주주총회 및 주식매수청구권을 생략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합병이 진행된다. 피합병회사 주주들에게는 합병회사 주식을 지급하면 된다.

소규모합병이 불가능해지면 두 회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공해야 한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기에 주주총회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합병을 거부하는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하기에 자금 부담이 커진다. 말 그대로 험난한 과정이다.

결국 변수는 합병 당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다. 이날 종가기준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6조7456억원이고 LG헬로비전의 시가총액은 6389억원이다. 현재로서는 소규모합병이 가능해보이지만 LG유플러스로서는 시가총액을 더 높여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향후 소규모합병에 성공하면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소액주주들에게 LG유플러스 신주 대신 그동안 매입해왔던 자사주를 지급하면 된다. LG헬로비전 소액주주 비율이 34.47%인 점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는 이번 자사주 매입 계획 외에 추가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적었던 것은 LG헬로비전과 단기에 합병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매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려는 경영진의 포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자사주 매입이 단기가 아닌 2022년, 2023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이번 중간배당 규모가 주당 200원에 달할 것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규모합병시 LG헬로비전 지분 8.61%를 가진 SK텔레콤이 반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SK텔레콤은 2015년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CJ측과 합의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합병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인수 이후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원활하게 하고자 CJ측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지분과 별도로 CJ헬로비전 주식공개매수에도 나섰다. 800억원을 들였고 주당 1만2000원에 667만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2016년 공정위의 인수 불허결정으로 CJ측과 지분인수계약은 무산됐지만 SK텔레콤이 공개매수로 취득한 주식은 그대로 남았다. SK텔레콤은 2019년 LG유플러스가 헬로비전을 인수하자 자신들의 지분도 같이 매입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LG유플러스는 이를 거절했다. SK텔레콤으로서는 향후 진행되는 합병과정에서 LG헬로비전 주가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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