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빅데이터로 판매 동향과 트렌드 분석
SNS로 알아서 홍보하는 MZ들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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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편의점이 MZ세대들의 요구를 반영해 민감하게 변화하면서 몸집을 더욱 불리고 있다. MZ세대들은 기존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과 매우 다르다. 편의점들은 이들의 특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소위 대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편의점에서는 뜻밖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CU에서 판매되는 곰표 밀맥주의 경우 물량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품귀현상으로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다. 편의점 업체에서는 소비자들의 식습관과 유행 아이템을 분석해 관련 제품을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편의점 내부에는 빅데이터팀이 구성돼 있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출시 전, 출시 후에도 판매 동향과 트렌드를 분석해 자료를 MD들에게 제공한다. 온라인 반응이나 여론을 살피기 위해 여러 커뮤니티도 모니터링한다.

해당 데이터는 자체상품(PB)를 개발할 때도 활용된다. 크게 성장하고 있는 와인 제품의 경우 동반구매 상품을 분석해 이에 맞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서 매출을 끌어올린다.

편의점은 MZ세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만큼 MZ세대들의 매출 비중도 높다. 주력 고객인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비행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MZ들은 편의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다. 신상품에 특히 민감해 구매하지 않더라도 신상품을 구경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이들도 많다”며 “편의점 점주들도 이런 고객의 성향을 알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상품을 소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MZ세대들은 자신의 SNS에 해당 상품을 올린다. SNS를 타고 제품이 입소문이 나게 되고 이는 곧 유행이 된다. 기업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홍보가 되는 셈이다.

MZ세대들은 음식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도 익숙하다. 민트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들은 ‘민초단’이라는 집단을 꾸리고,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선호하는 이들은 ‘얼죽아’라고 자칭한다. MZ세대는 공통의 취향이 담긴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해당 식습관을 인증하면서 연대감을 더 키워간다.

김현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상이 단조롭다보니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서 개인이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욕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체는 유통업체 가운데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고 곳곳에 있어서 노출 빈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의 영향도 크다.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품에 노출되게 된다”며 “너무 콘셉트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Z세대들은 소비습관이나 트렌드 변화 주기가 매우 짧다. 기존에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이들은 제품을 구매하면서 재미를 찾고 가치를 찾는다. 제품 획득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편의점은 유통 채널 가운데 가장 움직임이 빠르다. 편의점에서 평균 판매하는 상품 수는 3000개에 달한다. 일주일에 30~50개의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트렌드 반영도 빠르고 상품의 회전도 빠르다.

CU 관계자는 “마라가 인기를 끌면서 마라시리즈 제품을 간편 식품으로 출시해 히트를 쳤다”며 “마라시리즈 제품의 판매량이 잘 나오자 식품 업체들도 잇따라 마라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과거 식·음료 업체에서 트렌드를 이끌어간 것과 달리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먼저 식·음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부분들이 MZ세대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MZ세대들에게 화제를 일으킨 제품이 40~50대들에게도 확장되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화제가 되면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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