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월 351대 판매, 전년比 15.6%↓···4월 판매량도 23개 중 17위
소비자 외면 속 신차·마케팅 효과 미진···트림 한계·브랜드 이미지 등 영향

캐딜락 XT4. /사진=이창원 기자
캐딜락 XT4. / 사진=이창원 기자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캐딜락이 지지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수입차가 이른바 ‘전성시대’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판매량을 높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캐딜락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신차를 출시하고 XT4를 필두로 기존 ‘아빠차’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도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신차·브랜드 강화 효과’도 현재까지 관측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캐딜락은 대표 모델인 플래그십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조만간 국내에 출시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캐딜락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 351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됐던 전년 동기(416대)와 대비해도 판매량이 15.6%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수입차는 국내에서 9만7486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7만7614대) 대비 25.6% 증가했지만, 수입차 판매량 증가세는 캐딜락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만 한정하더라도 수입차는 2만5578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2만2945대) 대비 11.5% 증가했지만, 캐딜락은 76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수입차 23개 브랜드 중 17위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분위기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렉서스(826대), 토요타(523대), 혼다(235대)보다 낮은 순위다. 또 캐딜락의 뒷 순위는 마세라티(74대), 시트로엥(57대), 람보르기니(37대), 벤틀리(36대), 재규어(28대), 롤스로이스(24대)로 시트로엥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고가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캐딜락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사실상 ‘꼴찌’를 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브랜드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하락했다고도 볼 수 없었다. 미국 수입차는 지프, 포드, 링컨의 선전 속에 독일 수입차 다음으로 많이 판매됐고, 지난 4월에는 3163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프는 지난 4월 100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량 7위를 차지했고 포드와 링컨은 각각 902대, 447대를 판매했다.

그렇다고 캐딜락이 판매 증가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것만은 아니다.

캐딜락은 지난 2월 엔트리급 SUV XT4를 출시하며 도심형 럭셔리 SUV XT5, 대형 3열 럭셔리 SUV XT6, 브랜드 아이코닉 SUV 에스컬레이드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또 지난해부터 세단 CT4, CT5를 출시하며 신차효과를 꾸준히 꾀해왔다.

아울러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빈센조’에 세단 CT4, CT5, CT6 전 라인업과 SUV XT5, XT6, 에스컬레이드를 지원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외면 속에 이렇다 할 신차·마케팅 효과는 얻지 못했다. XT4 경우에도 출시와 함께 ‘영 아메리칸 럭셔리’(young American luxury)를 표방하며 2030세대를 집중 공략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주겠다는 목표는 결국 이루지 못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캐딜락의 성적표를 두고 업계에서는 트림 선택의 한계, 서비스센터 부족, 브랜드에 대한 투박한 이미지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캐딜락이 상위트림만을 들여오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줄인 부분이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매자의 만족도와 구입 선택 당시의 기준은 별개라는 것이다.

구매 후에도 소비자가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판매량에 영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캐딜락의 서비스센터는 17개소로 메르세데스-벤츠 73개소, BMW 64개소, 아우디 40개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캐딜락이 기존의 ‘아빠차’ 이미지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판매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획기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한데, XT4 정도로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자동차도 이제 문화의 한 부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니즈(needs)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캐딜락이 최근 ‘전기차 바람’에 뒤늦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 또한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브랜드가 곧 판매량이 된 시대인 만큼, 브랜드 변화·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캐딜락은 7년 만에 풀체인지한 플래그십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국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최첨단 기술, 럭셔리 사양, ‘미국 감성’ 풀사이즈 등을 무기로 실추된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이같은 노력이 판매량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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