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G 개최···문 “기후위기 극복에 선제적, 적극 동참”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수준 실효성 관건
탈석탄 과정 일자리 전환 대응 미흡 제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 토론세션에서 의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 토론세션에서 의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정부가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회의를 개최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선제적 노력 의지를 밝혔지만 계획과 준비가 부족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일자리 전환 대비가 미흡하단 의견이다.

한국은 지난달 30∼31일 서울에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열었다. P4G 회의는 한국이 처음 개최한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다. 회의에 참가한 한국과 각국의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지구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 지향 ▲탈석탄을 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해양플라스틱 대응 ▲각국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녹색회복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등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P4G 회의 개회사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극복 노력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NDC를 추가 상향해 오는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제시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해외 신규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등의 입장도 다시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기후정상회담에서 밝힌 바 있다. 이외에 오는 2025년까지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500만달러 규모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 온실가스 감축목표 "두 배 높여야 실효성

P4G 회의는 한국에 과제도 남겼다. 정부는 11월 NDC를 상향해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치를 발표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NDC 목표치는 2017년보다 24.4%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앞서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였던 지난 2015년에 제출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목표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는 지난 2월 한국이 제출한 NDC가 2015년과 제출했던 것과 실질적으로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며 “더 급진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목표를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1일 전문가들은 한국의 NDC 목표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강화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1.5°C 특별보고서에 담긴 글로벌 감축경로를 따를 때 한국은 2030년 NDC를 2017년 대비 59%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기존 목표인 24.4%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는 2030년 NDC를 2017년 대비 59% 수준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준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 7기는 예정대로 준공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소의 가동연한이 30년에 달하는 상황에서 2050년 탄소중립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충남 서천 신서천화력발전소,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1, 2호기, 경남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1, 2호기 등 7기를 새로 짓고 있다. 신서천 화력발전소는 올해 가동이 시작되며 고성 하이화력발전소는 2021년 준공된다.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는 2022년, 삼척 화력발전소는 2024년 가동이 시작된다.

특히 정부는 전력산업 탈탄소 로드맵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유럽 주요국들이 2030년 초반에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프랑스는 석탄화력발전소 종식 연도를 2022년으로 정했다. 영국은 기존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겼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미국(워싱턴주)은 2025년에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의 경우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앞당길 방침이다.

정부가 신규 화력발전소를 예정대로 준공하기로 한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가 2030년부터 경제성을 잃는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기후솔루션이 영국의 금융 씽크탱크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 등과 발표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 분석노트에 따르면 현행 정책이 유지되더라도 대부분의 석탄화력발전사업은 2030년 이후 수익성을 잃는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설비 이용률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강화에 따라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중인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도 가동한지 10여년 밖에 지나지 않은 2035년에서 2040년 사이 수익성을 잃는다는 분석이다.

◇ 탈석탄 일자리 전환 대응 미흡 제기···"석탄화력발전 분야 노동자 소외"

탄소중립 추진 시 발생하는 일자리 전환 대응도 과제다. 탈석탄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석탄화력발전소와 내연기관 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 전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는 실효성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탈석탄으로 일자리를 잃는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기구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탈석탄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당장 올해 말 폐쇄되는 호남화력발전 1·2호기와 울산화력발전 4·5·6호기에서 4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그러나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만든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에는 에너지산업 분과와 노동 분과가 빠져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관련 논의에서 소외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6일 출범한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에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12개 업종이 포함된 업종별 협의회가 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 등 에너지 업종은 빠져있다.

이 간사는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LNG 발전 일자리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LNG 발전 관련 일자리는 기존 석탄화력발전 일자리의 30% 수준에 불과해 나머지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등에 대한 인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발전 비정규 노동자 3634명 가운데 92.3%가 고용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재취업 가능여부에 대한 응답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재취업 가능’이라는 응답이 38.6%에 그쳤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이전 지원책이 나오려면 이해 당사자인 노동계의 참여와 대책 결정 공유가 중요하다”며 “우선 실효성과 구체성 있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이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는 화력발전소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시점 계획조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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