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견례 시작, 교섭 본격화···고용불안 속 ‘고용안정’ 핵심 쟁점
노조, 해외 투자·공장 이전 우려···글로벌 경쟁 현실 속 수용 한계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국내 완성차 기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아 한국GM(제너럴모터스)은 지난달 노사 상견례를 가졌고, 기아도 이번 달 중으로 상견례를 갖고 본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고,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기업 노조의 공통된 요구는 기본급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이다.

특히 노조는 ‘고용안정’을 이번 교섭의 핵심 사안으로 삼고 있다. 올해 들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측이 해외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일각에서 국내 공장의 해외 공장 이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높아진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노조 요구안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8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해외 투자 확대 시 국내 공장 고용 인원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국내 공장 고용보장을 위한 특별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해외 투자 계획 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동시에, 국내 공장에 대한 집중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공장 폐쇄·해외공장 이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한국GM의 경우 노조는 부평1·2공장,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과 부평2공장에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차, 전기차를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구에 사측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당장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 사측이 ‘무조건적인 희생’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기차 시장에서 적극적이고 유연한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해 해외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국내 공장 집중 투자·물량확보를 약속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 완성차 기업들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며 “노조의 일부 요구들은 ‘몽니’를 부리는 것에 가깝고, 다소 극단적일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자신들과 본인 자식들의 일자리를 없애겠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완성차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좋지 않다는 점을 노조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측이 이른바 ‘노조 리스크’를 우려해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할 경우 노조의 편이 얼마나 있을지도 현실적으로 계산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고용시장에서 완성차 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하고, 근로자들의 부양가족들까지 감안할 경우 완성차 기업 근로자의 고용안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 완성차 기업의 국내 공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는 ‘상생’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악화된 여론 속에 그동안의 ‘떼쓰기→세금지원→회생’ 시스템도 불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를 통한 양보 밖에 없다. 노사도 현 상황을 어느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있는 만큼 열린 마음만 전제된다면 ‘윈-윈’(win-win) 전략 마련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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