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톤당 80달러였던 철광석가격, 지난 12일 237.57달러에 거래
역대최고치 연일경신하며 철강사 수익성 불안정···현대차 4년 만에 인상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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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철강업계와 4년 만에 자동차용 강판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원자재 상승부담을 안고 있던 포스코·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등 현대차그룹 내 완성차 법인들은 최근 포스코·현대제철 등과 공급가격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톤당 5만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이번 인상은 2017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철강사의 핵심 고객사다. 매년 상·하반기 가격협상을 진행하지만, 현대차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2017년 가격인상 후 철강업계는 치솟은 철광석 가격을 이유로 가격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현대차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자재 가격을 올릴 경우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 등이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에 과도하게 낮은 납품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인상 필요성을 줄곧 제창해왔다. 현대제철은 생산하는 자동차강판 90%를 현대차와 기아에 납품한다. 포스코의 경우 계열사는 아니지만 고객사인 현대차·기아 등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해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현대차 측이 이번 가격인상 제안을 전격 수용하게 된 까닭은 폭등한 철광석 가격이 원인이었다.

철광석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2월 톤당 80달러에 거래됐으나, 올 2월에는 170달러를 상회했다. 3월에는 2011년 2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191.70달러를 넘어섰으며 연일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2일 톤당 237.57달러로 거래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쓴 철광석은 현재 19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를 유지 중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가격은 상당기간 동결돼 온 반면 철광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조선업계 역시 제품가격 인상을 꺼려온 까닭에 최근 수년 간 철강업계가 수세에 내몰렸던 게 사실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해 포스코가 사상초유의 분기적자를 나타냈을 정도였는데, 수요가 회복되면서 주요국들이 인프라사업에 열을 올리며 중국을 중심으로 철광석 수요가 급등하며 더 큰 위기가 불어닥치게 된 것이다”면서 “올 초부터 주요 제품가격이 속속 상승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게 됐고, 이 같은 사정을 현대차그룹에서도 인지하고 가격을 양보해 포스코·현대제철 모두 한 숨 돌리게 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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