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홍콩시위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정치 불안·성장 우려 커지면 금융 허브 입지 축소”

26일 홍콩 동부지역 야경. / 사진=연합뉴스
26일 홍콩 동부지역 야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중 갈등구조가 길어지면서 홍콩의 금융허브 입지가 축소되고 자금 이탈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30일 국제금융센터 김기봉 책임연구원과 이치훈 신흥경제부장의 ‘미중 분쟁 이후 홍콩 경제 금융시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홍콩 시위가 미중갈등으로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는 지난해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자산시장 위축, 외인자금 이탈 등 경제적 타격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홍콩 시위를 계기로 소비가 냉각되면서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는 요우커도 최근 20년 이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019년 –1.2%, 지난해는 –6.1%였다. 인구도 주요국 우대정책 등에 따른 해외이민 급증으로 1996년 이후 최초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주택 가격은 시위 이후 매수 심리가 냉각되면서 더블딥 양상을 보이며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거래량은 39% 급감했다. 주가도 미국의 특별대우 폐지, 중국의 선거제 개편 등 정치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른 국가들이 완만한 우상향을 보인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중 무역분쟁을 기점으로 외국인 증권 자금 이탈이 시작됐으며 최근 4분기 연속 순매도를 기록, 외화예금도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2019년 직접투자 유입액은 성장부진 우려로 전년 대비 –3.4% 급감한 68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그린필드 투자가 전년 평균의 절반에 그쳤다. 

보고서는 향후에도 미중 갈등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에게 홍콩은 민주적 가치를 토대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요충지이다. 중국도 홍콩이 자금 유입 창구이자 체제수호를 위한 핵심 이익이라 양국 갈등의 접전지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홍콩의 정치문제들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시하는 인권과 얽혀있고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 창구 역할도 하는 등 패권 유지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다. 

홍콩에 본사가 잇는 1541개 기업 중 미국 비중이 18%이며 거주하는 자국민의 영역도 9만명에 달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자율성, 투명성, 공정한 법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외국기업 근거지로서 홍콩의 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중국과 정치, 군사 갈등이 빈번한 남중국해, 대만과 인접해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홍콩 문제를 양보하면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과 대만의 분리주의 운동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체제 수호를 위해 강경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소수민족의 자치면적은 본토의 60%에 달하며 대부분이 국경지역에 위치한다. 주류계층과의 불평등 문제도 심각해 불안이 점화되면 체제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지배력이 3월 전인대 선거제 개편안을 시작으로 12월 입법회,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기봉 연구원은 “과잉유동성 우려에 부동산 가격 부담도 높아 정치적 불안과 수익성, 성장 관련 우려가 심해지면 자본이탈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이 400.4%로 전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해 잠재적 자본이탈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지난해 홍콩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율은 47.5로 북경 44.2, 선전 44.9, 싱가포르 22.3, 런던 21.2 등보다 높아 거품우려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유엔무역개발기구는 “부동산 수익률과 직접투자 전망이 기업이익 감소세, 정치적 불안 등으로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관련 투자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무라는 “올해 1분기 성장반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저효과와 수출의 일시적 호조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 회복세도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홍콩의 경제적 위상이 싱가포르, 도쿄 등 아시아 경쟁 도시 뿐 아니라 중국 내 있는 선전에도 점차 밀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영국 지옌그룹 국제금융센터지수가 2019년 3위에서 지난해 6위로 강등됐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도 중국의 통제를 근거로 홍콩을 올해부터 지수 산출 명단에서 퇴출했다.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내륙 도시를 대체 도시로 육성하면서 무역 물류, 금융 등의 기능이 상해나 싱가포르 등으로 분산되면서 경쟁력이 추가로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기술 기업 입주가 집중되는 선전을 세 번 방문해 개혁, 투자 유치를 천명하고 있어 홍콩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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