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현대차 노사 26일 상견례···8.4조원 규모 美투자 두고 ‘전운’
노조 요구안에 임금 인상·성과급·정년연장 담겨···기아·한국GM 등 교섭에도 영향줄듯

/사진=현대차 노조
지난 26일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 본교섭에 앞서 상견례를 가졌다. / 사진=현대차 노조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완성차 기업 노사가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경영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노사는 신속한 타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매년 임단협 과정에서 반복되는 완성차 노사갈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노사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임단협 교섭의 첫 포문은 국내 완성차 기업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열었다. 이들은 지난 26일 상견례를 가졌고, 다음 달 초부터 본교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규모가 가장 크고, 기존 현대차 임단협 결과가 다른 완성차 기업 임단협에 큰 영향을 줬던 만큼 이번에도 해당 논의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상견례 자리에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 요구안을 밝히면서, 신속한 협상 타결을 강조했다.

이상수 노조지부장은 “조합원들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를 막아내며 열심히 생산활동에 임했고, 여느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양호한 경영실적을 만들어냈다”면서 “이제 회사가 화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섭 집중화와 실무협의 강화를 통해 굵고 짧게 교섭을 마무리 짓고, 반도체 부품 공급 문제를 비롯한 회사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가 확정한 요구안에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정년연장 문제의 경우 현대차 노조는 물론, 다른 완성차 기업 노조들도 강력히 요구해왔던 사안이지만 사측은 청년일자리 문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앞서 현대차, 기아, 한국GM 완성차 3사는 지난 3월 여야 정당에 정년연장 법제화 필요성을 전달한 바 있다. 정년연장을 법제화할 시 노동자의 안정적 노후 보장, 고급 노동력 제공,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 국가재정 안정화, 노동인력 부족 사태 해소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또 노조는 최근 회사의 일방적인 8조400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 발표를 지적하면서, 국내 공장 일자리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지부장은 “최근 회사의 일방적인 8조4000억원 해외 투자 발표는 조합원에게 불신을 주는 행위”라며 “단협에 명시돼 있는 대로 노조와 사전에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 차후 사측은 단협을 부정하는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의 해외 투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국내 공장의 기존 일자리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국내 공장 고용 보장을 위한 특별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고, 이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쟁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노조 리스크’가 존재하는 국내에서 전기차 등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란 속 엄중한 시기에 노사가 원만한 타결에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고 있지만, 쟁점에 대한 노사의 입장차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본교섭에서 노사 양측이 상생의 묘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교섭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 동안 무분규로 임단협 교섭을 타결했지만, 올해에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완성차 기업 중 첫 교섭이라는 점은 노조 입장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전기차 전환 원년’을 선포한 상황에서 향후 전기차 생산경쟁력, 생산시기 등은 현대차 전략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미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에 대한 노조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 노조도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임금 9만90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정년연장, 일자리 보장 대책과 정년퇴직 인원 감소분 만큼의 신규인원 충원도 함께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공장 전기차·수소차 조기 전개, 핵심부품 국내공장 내 생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GM도 현대차‧기아의 임단협 교섭에 촉각을 세우면서 금속노조 공동 요구안인 임금 9만9000원 인상에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재 창원·제주 물류센터 통폐합, 구조조정, 공장폐쇄 등 문제 해소를 위한 부평1·2공장, 창원공장 미래 발전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성과급과 격려금을 포함해 1000만원 수준의 일시금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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