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조 투자계획 2025년까지···2025년부터 美생산 75% 미달성 시 관세
현대차·기아 이미지는 가성비···“국내생산 후 수출 땐 가격경쟁력 실패”
“노조 모를 리 없어···내부반발 산 집행부, 선거 앞두고 내부결속 행보”

현대차 노조는 25일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사측의 일방적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의 미국투자반대 기자회견. / 사진=현대차 노조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대내외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투자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관세를 피할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 이를 전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몽니로 해석되는 이 같은 노조의 움직임을 놓고 업계에서는 “모를 리 없다”는 반응이다.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나온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부터 임단협 협상에 돌입한다. △65세 정년연장 △기존 일자리 유지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협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앞서 노조가 “사측이 해외투자를 강행할 경우 노사 공존은 불가능하다”며 미래 신사업 관련 투자를 국내에 실시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약 8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투자금은 전기차 생산라인 신설 및 수소·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로보틱스·자율주행 등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위한 기반시설 마련에 소요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노조는 “국내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룹 신사업을 위한 투자가 국내에 우선돼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일자리 창출 및 수익분배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미국투자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데 있다. 현대차가 계획한 투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5년이다. ‘신북미무역협정(USMCA)’이 발효되는 시점이다. USMCA는 미국 내 생산비중 75% 이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무관세 혜택이 제외되는 것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산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관련 기술력이 자국보단 해외에 집중돼 있음을 감안해 자국기업 육성대신 해외기업의 자국 내 공장유치를 바탕으로 한 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뒀다. 동시에 배터리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서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뒤처지게 된다. 국내서 생산된 전기차를 수출하게 될 경우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현지서 전기차를 양산해 무관세 혜택을 받는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대·기아 브랜드는 미국에서 가성비 높은 브랜드로 인지된다.

미국투자는 사실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북미시장은 중국·유럽과 더불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유럽·일본 등 경쟁 브랜드들은 방대한 내수시장을 지녔음에도 미국시장을 위해 현지에 전기차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과 경쟁해야하는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내수가 빈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노조가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면서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임금을 동결하는 등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 합의를 마무리 지은 노조가 신규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강경한 자세를 내비침과 동시에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의도가 내포됐을 것”이라 풀이했다. 복수의 관계자들도 유사한 해석이었다.

노조 집행부는 작년 임단협 협상에서 시니어 촉탁직 확대방안을 사측이 수용하는 대신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이에 강성계열 노조원 중심으로 현 집행부의 유연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 집행부는 앞선 집행부들에 비해 실리를 추구했다. 결과적으로 내부 불만이 고조되자 해외투자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자세 전환해 내부반발을 잠재우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는 2년 마다 열린다. 금년 선거는 올해 말 열릴 예정이다. 현 집행부 혹은 동일한 진영의 연속성을 위해선 이번 임단협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노조의 고용불안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음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대안을 찾음에 있어서 사측과 논의하거나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원활한 사업이행을 위한 해외투자 철회를 요구하고 더욱이 노조의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는 요구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차세대 이차전지 세미나 2021’에서 SNE리서치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5180만대로 지난해(310만대) 대비 17배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넘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으며, 테슬라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4위를 차지할 것이라 예견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점유율을 15%로 예상한 가운데 △테슬라 11% △르노·닛산·미쓰비시 10% △현대자동차그룹 9% 등의 점유율을 보일 것이라 내다봤다. 2~4위의 점유율 격차가 각각 1%p 차이에 불과했다. 이는 2030년 전후로 시장점유율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예측에 기반한 것이며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현대차그룹 점유율을 예견함에 있어서는 계획된 미국투자가 순조롭게 이행됐을 때 가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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