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시행되는 전월세 신고제, 시범운영 지역서 “잘 진행 중”
임대인·임차인, 반응 엇갈려···“시행 초기에 제도 유불리 지켜볼 듯”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인턴기자] 전월세 신고제 시행이 오는 6월 1일로 예고되면서 임대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임차인은 환영하는 반면 임대인은 과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월세 신고제는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주택 전세·월세 계약시 임대차계약 당사자가 30일 이내에 관련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와 각 도의 시 지역에서 거래되는 전세 6000만원, 월세 30만원 초과인 임대차 계약이 대상이다.

도입 취지는 전월세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해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마지막 퍼즐이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이미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해 임차인과 임대인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에서 10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29)씨는 “집을 구할 때 주변 시세를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세입자로서는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수도권에 주택 3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조모(56)씨는 “내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어서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우려했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19일부터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 1·2·3동, 세종시 보람동,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전월세 신고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보정동을 찾아 시범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주민센터 “시범운영 잘 진행 중···문의 전화 많아”

24일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주민센터에 전월세 신고제 시범운영을 알리는 배너가 게재돼 있다.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24일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주민센터에 전월세 신고제 시범운영을 안내하는 배너가 게재돼 있다.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이날 오후 1시쯤 보정동 주민센터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찾은 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전월세 신고를 하려고 방문하는 사람도 있는데, 주민센터 측에 따르면 주로 확정일자를 받으러 왔다가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전월세 신고제 시범운영 이유에 대해 “전산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라며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이 임박하면서 문의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이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온다. (6월이 가까워질수록) 관련 질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필수는 아니기 때문에 확정일자 받으러 오는 분들께 임대차 신고를 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어 설명을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대인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반기지 않는 시선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월세 사업하시는 분들은 (자료가) 세금 목적으로 활용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신다. 그래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 역시 전월세 신고제는 과세와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신고를 하러 오는 세입자들도 안 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인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다음달부터 (제도가) 의무화되면 더 많은 문의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이사항 없는 부동산업계···”과세 우려는 많아”

24일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부동산 공인중개업소가 밀집해있다.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24일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부동산 공인중개업소가 밀집해있는 모습이다.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보정동에서 전월세 신고제 시범운영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대다수의 부동산 사무실은 아직까지 "이 제도로 인한 큰 변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4년째 부동산을 운영 중인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는 ‘전월세 신고제 문의가 많냐’는 질문에 “특별히 그렇지는 않다. 어차피 신고 자체를 부동산이 대행하니까 계약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민센터 인근 공인중개사 B씨도 “문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요즘은 부동산 제도나 세법이 자주 바뀌어서 손님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 체결한 계약 3건에 대해 전월세 신고를 했다. 그중 2건은 가족 간 거래였는데, ‘우리도 해당되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아직은 업자들 중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어 본격 시행돼야 (변화를) 체감할 것 같다”고 했다.

임대인들은 전월세 신고제를 대체로 내키지 않아 한다는 전언이다. B씨는 “제도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집주인들은 걱정이 많다. 자기 정보가 노출된다는 불안이 있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분은 나중에 과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세입자들은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 했다.

C씨는 “시행 초기에는 제도의 유불리를 신중히 지켜볼 듯하다. 전월세 신고제가 장기적으로는 표준임대료나 임대료 상한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어 부동산업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월세 신고제가 되레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파급력을 언급하며 “전월세 신고제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겠지만, 부동산 규제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마이너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계속해서 증세해왔다. 전월세 신고제 자료는 단순히 파악용이라고 하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증세 우려는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지난 14일 취임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전월세 신고제는 시장에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확정일자 연계를 통해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며 “과세 자료로 활용하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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