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법 필요성 공감 불구 지지부진···기재부, 중복지원·형평성 이유로 난색
“소상공인 도태시 대기업 독과점 구조 심화”···“여당, 말로만 추진” 의구심도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실보상법 관련 입법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실보상법 관련 입법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손실보상제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 모두 도입을 촉구하지만 정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입법청문회를 계기로 추진에 새로운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손실보상법들에 관한 안건 심사를 하고 있다. 현재 산자위에는 민병덕, 송갑석 의원안 등 20개가 넘는 손실보상법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3월 이후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손실보상제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여야 모두 손실보상제 필요성에 공감하며 소급적용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추진은 더딘 상황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합의하면 보통 통과되는게 상식인데 손실보상에 대해서만 이렇게 흘러가 안타깝다”며 “대통령도 손실보상을 하라고 했는데 재정당국이 반대한다고 진척이 되질 않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손실보상은 헌법에 보장된 부분이기에 반대할 수는 없는데 정부에서는 보상보다 지원을 먼저 해버려 바로잡기가 애매한 곤혹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당 권명호 의원은 “정부에서 재정 문제를 걱정하는 것 같다”며 “전에는 국무총리도 재정도 괜찮으니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손실 보상 추계를 해보니 재원 감당 부분을 놓고 주저하고 있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국가 행정명령으로 인해 피해 본 사람들에게는 국가에서 손실보상을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는 손실보상제, 특히 소급적용 부분에 있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날 산자위에서 열린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법조계 전문가들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그 이유로 중복지원과 형평성을 들었다. 최 실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차례 현금 지원과 금융 지원을 포함해 45조원 가량 되는 대책을 추진했다”며 “소급적용이 된다면 분명 중복 지원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재정건전성 때문에 손실보상에 소극적이지 않냐는 주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물론 재정당국이기 때문에 재정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이라고 덧붙였다. 소급 적용할 경우 소상공인과 프리랜서와 저소득층, 농어민 등 비소상공인 간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법 적용대상이 집합금지 및 제한업종에 해당된다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여행 등 일반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영세 소상공인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정부에게 소상공인은 2등 시민인가”라며 주면 감사하고 언제 주는 건 정부가 결정하는 식의 사고 방식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중복지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소상공인들이 그동안 받은 지원금으로는 가게 임대료도 남지 않는다”며 “소상공인은 행정명령을 받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데 행정명령을 받지 않은 비소상공인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방치하면 또다른 경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몰락했을 때 국민 경제가 갖게되는 부담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소상공인들이 탈락하고 나면 그 자리를 유통대기업과 플랫폼이 채우게 되고 우리 경제는 독과점이 훨씬 심화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이나 법제를 만들어감에 있어 실증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철학적인 부분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 극복을 위해 손실보상법이 반드시 필요하고 소급해서 지급해야 하는데 선지급 후정산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표면적으로 여론을 의식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실제 추진 의지는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반대하지 않으면 정부가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역할을 나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 시기에 입법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끌어볼 때까지 끌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위는 28일 소위를 열어 손실보상법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