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1’서 국내외 전문가들 강연
필립 코틀러 “기업, 사람·미래세대·사회적 책임 중시해야”
진옥동 “신한은행, 공동체 유지 역할 중요”···김기찬 “마테크·고객 중심”
조이스 오 “고객 성공에 기업 성공 달려···혁신 막는 회사 내 꼰대 문화 지양해야”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유주엽·이호길·이현재·염현아·김지원 인턴기자] 국내외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시대에도 마케팅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과 고객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기여, 직원과 협력업체에 대한 공정한 대우, 복지 중심의 자본주의도 강조했다.

굿 컴퍼니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시사저널 주최 ‘컨퍼런스G 2021’이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시사저널은 좋은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가치 하에 2013년부터 9년간 굿 컴퍼니 컨퍼런스를 이어왔다.

올해 주목한 주제는 ‘21세기 마케팅의 미래’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케팅의 방향을 제시했다. 케빈 킴 A사 비즈니스 플래닝 담당(전 아마존 머천다이징 매니저), 조이스 오 램 리서치 인사부 디렉터, 스티븐 킴 아마존 웹서비스 수석 디지털 혁신 책임자도 연사로 나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마케팅의 진화에 대한 강연했다. 컨퍼런스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간 화상 중계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기찬 교수는 ‘AI 기술 중심의 마케팅 기법’과 ‘고객중심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젠 마테크(마케팅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의 시대다”며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마테크를 통해 미래 시장을 새롭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객중심의 마케팅도 강조했다. 마케팅에서 AI 기술이 중요해졌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명감 있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며 “중산층을 끌어안고 서민을 위하는 기업이 돼야한다. 돈을 쓰지 않는 기업보다 고객을 위해 돈을 쓰는 기업이 성공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 교수는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초개인화 기법으로 24시간 고객을 관리하는 기업이 8시간 동안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기업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댓글을 관리하며 고객을 우선하는 기업이 구독경제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신세계·롯데가 2조~3조원 기업 가치를 보일 동안, 쿠팡이 100조원에 가까운 기업 가치를 얻게 된 데는 WWW(Whatever, Whenever, Wherever)를 통한 고객중심 마케팅이 있었다”고 말했다.

◇ 코틀러 “직원·공급업체 공정 대우 중요”···진옥동 “사회적 역할 다할 것”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의 본질적 요소로 ‘사람(Human)’을 꼽았다. 그는 “많은 마케팅의 개념과 전략은 이제 사람을 위한 ‘휴먼’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며 H2H(Human to human)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틀러 교수는 ‘마테크(MarTech)’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5D 프린팅 ▲AI와 알고리즘 ▲디지털과 SNS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이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틀러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성 있고 의식 있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기업이 이윤 창출에만 관심 갖는 게 아니라 중요한 가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평판을 만들어야 한다. 현 시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수익 창출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와 오종남 서울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온라인으로 대담하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와 오종남 서울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온라인으로 대담하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그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중요성을 밝혔다. 코틀러 교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진정한 주류가 됐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모든 팀원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주도 기업의 직원들은 의욕이 넘치고 충성스럽고 환경을 생각해 경쟁사보다 우수한 성적을 낸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공정한 대우를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코틀러 교수는 “똑똑한 기업이라면 이익보다 더 고차원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를 섬기려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코틀러 교수는 강연 후 오종남 서울대 과학기술산업융합 최고과정 명예교수와 대담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청년들이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오 교수의 말에 코틀러 교수는 “기업들이 사람을 기술이나 기계로 대체하려 할 것이다. 일자리를 기계가 해버리는 일자리 없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면 우리는 소득 창출을 어떻게 할 지 생각해봐야한다”며 “현재 억만장자가 3000명 정도인데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난한 사람이 늘고 중산층이 쇠퇴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이 하는 노르딕 자본주의로 가야한다. 이 국가들은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 복지에 중점을 두는 자본주의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에 대한 공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은 고객을 향한 정직, 정성, 그리고 공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은행장은 “코로나 세계는 공감주의와 공감경제가 넓고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라며 신한은행 초창기 직원 교육의 핵심이었던 ‘상인의 도’를 강조했다. 그는 “신한은행은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직원들에게 ‘상인의 도’, 즉 고객에 대한 태도, 서비스의 본질, 금융의 공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앞으로도 직원들과 ‘상인의 도’ 가치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은행장은 “실제 신한은행은 최근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전산을 개발해 지급 과정을 담당했다. 취약계층 대상의 새희망홀씨 대출도 신한은행이 제일 많이 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가지고 있는 공적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한국 자본시장과 공동체 유지를 위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 케빈 킴 “좋은 서비스, 고객 확대로 이어져”···조이스 오, 존슨앤존스 거론 “고객 신뢰 유지해야”

케빈 킴은 “데이터 분석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회사의 수익보다 고객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아마존 기업에서 근무했던 케빈 킴은 아마존의 고객 중심 서비스를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이 유기농 식료품 기업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것은 비즈니스 확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프라임 멤버에게 식료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며 “프라임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 이 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는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 이는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진다. 이것이 아마존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케빈 킴은 과거 데이터와 현재 트렌드 데이터를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스타벅스는 어느 시즌에 어떤 커피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지 등을 파악한다. 어떤 시기에 매출이 높고 어떤 시기에 저조한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잘 팔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안 팔린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왜 그런지 질문을 던지고 원인을 찾아야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램 리서치 인사부에서 근무하는 조이스 오는 존슨앤존스 사례를 거론하며 고객 신뢰를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핵심 가치가 지켜져야 회사가 발전하고 고객이 만족하며 개인 역시 성장할 수 있다”며 램 리서치의 8가지 핵심 가치 가운데 ‘혁신과 지속적인 개발’, ‘상호신뢰 및 존중’, ‘고객, 회사, 개인 중시’ 등 3가지를 강조했다.

‘혁신과 지속적인 개발’에 대해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 분위기가 중요하며, 권위적인 분위기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스 오 램 리서치 인사부 디렉터가 25일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조이스 오 램 리서치 인사부 디렉터가 25일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이어 ‘상호신뢰 및 존중’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조이스 오는 “모든 직원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하며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팀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뒤에서 불평하기’, ‘공 가로채기’, ‘타인 비방하기’, ‘피드백 주지 않기’ 등 회사 내 꼰대 문화는 지양돼야 한다. 이거는 혁신을 막는다”며 “직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느낄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스크 테이킹한다. 램은 상호존중과 신뢰를 강조한다. 구성원들이 새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하게 하고 그게 잘 안 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를 통해 다음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고 했다.

그는 ‘고객, 회사, 개인 중시’와 관련해 “앞으로 내리는 결정이 고객과 회사, 나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것”이라며 “고객의 성공에 기업의 성공이 달렸다.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입체적으로 생각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스 오는 존슨앤존슨이 생산한 타이레놀 소매 단계에서 누군가 독극물을 투입했던 사건을 거론하면서 “존슨앤존스는 자신의 책임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전역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했다”며 “이를 통해 존슨앤존스는 고객에게 무한한 신뢰를 얻었다. 회사는 단기적 이익보다 고객의 신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마존 제품 개발, 기획, 혁신 업무를 맡고 있는 스티븐 킴은 고객만족을 넘어선 고객집착문화의 힘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회사는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을 할 수도 있으나 아마존은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게 뭔지를 생각해 혁신하고 발명하는 회사다”며 “혁신의 근간은 고객이 어떤 점을 불편하게 느끼는지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킴은 아마존의 혁신 요소를 “문화, 메커니즘, 구성 방식, 조직”으로 요약했다. 그는 혁신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인 메커니즘과 관련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고충을 파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실제로 출장을 가서 고객과 대화하거나 물건을 배송하는 운전기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요구 사항을 파악한다”고 언급했다.

구성 방식과 조직에 대해선 “점 단위 조직을 구성해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관련 인프라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또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린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존의 성공 요인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스티븐 킴은 “실패를 계속 할 수 있어야 혁신이 일어난다”며 파이어폰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파이어폰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지만 이 경험이 인공지능 무인매장인 ‘아마존 고’ 성공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킴은 “실패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다른 걸 배워서 새로운 혁신을 창조해낼 수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결국 고객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마존의 핵심 혁신 요소다”고 말했다.

서용구 원장은 다섯 세대가 공존하는 시장을 주목했다. 서 원장은 “다섯 세대가 한 마켓 안에서 활동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베이비부머・X・밀레니얼・제트・알파까지 총 5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며 “각 마켓의 공존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가올 마켓의 특징에 대해 “각 세대가 이용하던 마켓3.0과 마켓4.0이 마켓5.0에서 공존할 것”이라며 “마켓5.0의 특징은 변화하는 플랫폼 인프라 생태계다”고 언급했다. 이어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해 100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존이라는 플랫폼 생태계의 실적을 미국인들이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라며 “플랫폼은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생태계 인프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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