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접근성 낮아...시민들 “정확도 의심...무료 선별진료소 있는데”
서울시 “자가진단키트 시범사업 결과 따라 상생방역 방향 결론낼 것”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자가진단키트 구성품./ 사진=김지원 인턴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자가진단키트 구성품./ 사진=김지원 인턴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인턴] 서울시가 업종별로 차별화된 거리두기 방침을 적용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제안한지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장에 들어가기 전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서울형 거리두기’의 핵심이지만, 키트 상용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자가진단키트가 출시됐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에 줄 서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아버지, 노부부, 학교를 마치고 온 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있었다. 검사를 받기 두렵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거리를 두고 서 있어 줄이 길었지만 사람이 많지는 않아 금방 차례가 다가왔다. 코 밑으로 마스크를 내리니 얇고 긴 면봉이 콧속을 찔렀다. 고통은 찰나였고, 설문지를 작성하는 시간 포함 5분도 되지 않아 검사가 끝났다.

15분이면 결과가 나온다는 자가진단키트도 기자가 직접 사용해봤다. 가격은 1만6000원이며 총 2회분의 검사 세트가 들어있다. 1회 검사에 8000원인 셈이다. 설명서를 따라 키트를 꺼내고 코에 면봉을 넣었다. 이물감이 느껴졌고 재채기가 나오려 했다. 선별진료소의 면봉에 비해 굵어 혼자 깊게 넣기에 무리가 있었다. 제대로 넣지 못해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까봐 눈물이 찔끔 날 때까지 찔러 넣었다.

자가진단키트 검사용 디바이스 결과창에 용액이 번지는 모습./ 사진=김지원 인턴기자.
자가진단키트 검사용 디바이스 결과창에 검체 용액이 번지며 음성임을 뜻하는 ‘C’ 밑에 줄이 생기는 모습./ 사진=김지원 인턴기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채 5분도 안 걸렸다. 그러나 정확한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15분에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울형 거리두기’가 실시된다면 영업장에 들어가기 전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15분 이상 기다렸다가 입장해야 하는 것이다.

약국뿐만 아니라 올리브영과 같은 드럭 스토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각각 다른 지역에 위치한 올리브영을 찾아갔으나 자가진단키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날 선별진료소를 찾은 김아무개씨는 “자가진단키트가 나왔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디서 파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가진단키트의 검사 결과가 정확한지 믿을 수가 없다. 게다가 진료소에 와서 검사하면 무료인데 굳이 비용을 들여 사서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민 아무개씨는 “지난 14일부터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했다. 오늘까지 총 10개 정도 팔렸다”고 밝혔다. 하루에 한 개 꼴로 저조한 판매율을 보인 것이다. 또 다른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 김 아무개씨도 “처음 출시됐을 때는 사가는 분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면서 “검사 결과가 나와도 다시 의료기관에 검사를 받으러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 후 양성으로 판정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음성 판정이 나더라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이중으로 수고를 해야 한다. 엄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비용을 지불해가며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상용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도에 관해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받은 제품을 쓰고 있다. 해외 임상 결과 80~90%의 정확도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자가진단키트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중이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상생방역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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