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 거부 방침···투자자 원금은 전액보상
하나은행·예탁결제원 대상 구상권 청구 의지···징계경감 및 배임논란 회피도 목적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옵티머스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원금 100%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NH투자증권의 이러한 결정은 피해자들을 최대한 구제함으로써 판매사로서 도리를 다했다는 명분을 가져가는 한편 향후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 소송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NH투자증권, 자체 배상안 결정 배경은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2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을 전액 돌려주는 자체 배상안을 심의,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H투자증권 이사회는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펀드 판매와 관련해 제시했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에 대해서는 불수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 수용시 향후 펼쳐질 하나은행, 한국예탁결제원과의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법리적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이 공동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다자배상’을 주장하고 이를 금융감독원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감독원 분조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NH투자증권이 판매사로서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에게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이 분조위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을 전액 돌려주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6월 라임사태 분조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금융감독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에서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에 대해 100% 손실보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11월 말 이후부터 공모관계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상태였다. 이에 판매사들은 이를 근거로 향후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금융감독원 분조위의 조정안에 대해 수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분조위 조정안은 구상권을 청구할 상대를 명확하게 지정하지 않음으로써 NH투자증권이 조정안 수용시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 떠안게 만드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환매 중단된 전체 옵티머스펀드 가운데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어치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판매분은 3078억원에 이른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분조위 조정안 수용시 3078억원 전부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자체 배상안이라는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자체 배상이 ‘묘수’될까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여러 난제를 풀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 및 한국예탁결제원을 상대로 한 ‘공동책임론’을 법적으로 인정받아야한다. 이와 동시에 피해자 원금반환 결정에 따른 주주들의 배임소송도 방지해야 한다.

우선 NH투자증권이 분조위 조정안 불수용 및 자체 배상을 결정한 것은 결국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 소송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이 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은 3월 열린 제재심에서 하나은행에 대해 중징계인 업무 일부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이 자본시장법 246조의 ‘보관·관리하는 집합투자재산간 거래금지’를 위반했고 자본시장법 80조의 ‘운용지시없는 투자대상자산 취득·처분 등 금지’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이 자체 배상 이후 구상권 청구 소송에 나서게 된다면 이사진들 역시 배임 논란과 관련해 피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상장사이기에 금융감독원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조정안 수용시 주주들이 이사진을 상대로 배임소송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분조위 조정안을 불수용하고 자체 배상 이후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NH투자증권 이사진들은 옵티머스사태와 관련해 배임 논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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