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공급안전성 위한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복수공급 가능성도
JV 아닌 독자생산 SK 앞서···현대차·기아 공장도 SK 조지아공장 인근 소재
“변수는 삼성·반도체···삼성SDI 美진출 발맞춰 재계 1·2위 포괄협력 가능성”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전기차·배터리 등 양국의 차세대 모빌리티 관련 협력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선제적으로 움직인 배터리업계와 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은 회담 직전 미국 전기차 생산계획을 밝혔다. 추후 현대차의 미국 내 배터리 파트너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현지 배터리 공급사는 기존에도 배터리를 공급했으며 미국 현지투자를 늘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인공이다. 다만, 업계는 LG보다 SK의 공급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차세대 모빌리티 협력은 중국·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호재다. 조건은 있다. 미국 내 생산이다. 단순히 일자리 창출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배척하려는 속내가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포드의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포드의 신형 전기차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시승했다.

이날 그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이고, 전기차 핵심요소는 배터리”라면서 “중국뿐 아니라 독일·멕시코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으로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중국은 (모빌리티 경쟁에서)이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배척전략은 중국·유럽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으로 손꼽히는 북미시장에서 중국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북미무역협정(USMCA)’이 발효되는 오는 2025년부터 미국 내 생산비중 75% 이상을 달성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연히 미국의 중국배척 수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지의 생산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셀 공장 생산규모를 확대 중이다. GM과 설립한 합작사(JV)를 통해 사업영역도 넓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최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립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배터리셀 생산 JV 설립에 합의했으며,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라 보도했다.

반면 현대차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방미 직전인 최근에서야 74억달러(약 8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투자는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로보틱스·자율주행 및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MA) 등에 집중된다. 투자기간은 USMCA 발효에 맞춰졌다. 단순히 전기차 수출만으로는 미국시장 공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국·중국·일본 등이 세계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이 중국의 자국시장 진입을 배척하는 상황이고, 파나소닉으로 대표되는 일본은 자국 완성차 기업들과의 협력을 늘리는 추세다. USMCA 발효에 맞춰 미국 투자도 확대되겠지만, 현대차의 협력은 일본보단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 교류할 가능성이 지대하다.

기존 공급사라는 점을 차치 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납품이 유력시되는 까닭이다. 현대차의 투자계획이 발표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해당 투자계획이 구체성을 지니지도 않았으며,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배터리업체 경영진이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탓에, 현지 배터리 공급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는 게 유관업계의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 반도체 수급난과 같이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예상됨에 따라, 현대차도 특정 회사로부터의 공급을 고집하진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가격경쟁을 촉발시킬 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라도 복수의 업체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이란 의미였다. 현대차도 그간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의 1차 납품사로 SK이노베이션이 선정됐다. 2차 공급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3차 공급사로는 재차 SK이노베이션이 맡았다. 중국시장에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현지 보조금 정책 등을 감안해 CATL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BYD와도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파우치형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위해 삼성SDI와도 배터리 협력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미국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배터리 셀을 조립하는 팩 공장만을 현지에 뒀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 셀 공장을 가동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은 올 하반기부터 1공장 가동에 돌입한다. 삼성이 미국 생산계획을 밝히고 현대차가 현지 생산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는 이상 LG·SK와 협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메인공급사로는 SK이노베이션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기아 등의 공장은 각각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위치했다. SK 조지아공장과 가깝다. LG는 자체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GM과의 합작사를 중심으로 한 미국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게 사실이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JV 설립 여부와 관계없이 SK 조지아공장은 미국 내 최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로 거듭난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LG·삼성·SK 등과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 “공장위치·생산설비 등을 감안했을 때 SK가 메인 공급사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공략을 목표로 LG와의 JV가 인도네시아에 건립될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미국에서는 SK와 JV설립 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점쳤다.

이 관계자는 “변수는 삼성과 반도체다”면서 “삼성SDI가 미국 공장을 설립한다는 전제아래 삼성전자로부터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을 위해 삼성SDI 배터리를 대량 구매할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는데, 이정도 논의는 CEO가 아닌 총수가 교감해야 할 내용이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에서는 논의가 진척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3박 4일 미국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날인 22일 SK이노베이션 조지아공장을 찾은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날 공장 방문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