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반도체 협력 청신호
한반도 문제 개선은 난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 협력과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한 협력이 이뤄질지 관건이다.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는 집단면역, 경제, 안보 등 주요 의제들이 논의된다. 구체적으로 백신 스와프 및 국내 백신 생산, 우리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한반도 평화·비핵화 진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투자를 활용해 백신 협력과 한반도 문제 진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우선 백신 협력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에서 사용 승인한 백신 2000만 회분을 6주 이내에 해외에 공유하겠다”고 밝히면서 백신 스와프 성사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에서 여유분을 미리 받은 뒤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추가로 공유하겠다고 밝힌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3종의 백신을 말한다. 현재까지 미국이 다음 달까지 다른 나라에 보내기로 한 백신은 기존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 회분을 합쳐 총 8000만 회분 접종분이다.

한국은 인구의 두 배 가량인 99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공급 시기가 하반기에 몰려 있다. 이에 한때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부는 백신 접종 인원을 줄이기도 했다. 다만 지난 1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6만8000 회분이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출고되면서 다소 재고에 여유가 생겼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통해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백신 기술 이전을 통한 국내 백신 생산도 주요 의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는 19일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협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이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중인 금액은 약 40조원이다. 삼성은 미국 내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8조원 규모의 전기차 생산설비와 자율주행 투자를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원 대의 배터리 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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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반도체 협력은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강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 성격이다. 다만 한국 기업들도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국내 생산을 대체하는 효과나 산업 공동화 등이 있을 수 있으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며 “미국이 비관세 장벽 등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이러한 규제를 회피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의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가 대중국 견제라는 성격이 있지만 우리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이 반발할 명분은 없다”고 했다.

다만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에 가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기술 등과 관련해 중국 견제에 동참해선 안된다.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알아서 할 부분이다. 정부가 쿼드에 가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 한반도 평화·비핵화 진전 ‘난제’···"미국 전향적 자세 관건"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반도체와 백신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반면 한반도 평화·비핵화를 위한 진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정책 폐기 실행에 나설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회담에 나오게 하려면 단계적 주고받기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반발했던 제재완화에 대해 미국은 현재 아무런 얘기가 없다. 한미연합훈련도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 오히려 국방비를 증강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스냅백 전제의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 변경 전까지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어렵다. 키는 미국이 갖고 있다. 종전선언 등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했다.

경제 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 측면에서도 쿼드 가입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 위원은 “미국과 중국 간에 전략적 갈등 구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중국 견제 목적의 쿼드에 가입하면 동북아 지역은 다시 냉전 구조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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