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교수 예산춘추 통해 주장
여성 경력단절·장년 조기퇴직 감소 시 노동 인력 감소 문제 완화
“고용 연장 추진 이유 뚜렷하지 않아”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1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1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조만간 다가올 청년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제기됐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춘추 2021 두 번째호에 실린 ‘인구변화의 노동시장 파급효과 전망과 과제(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청년노동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노동시장의 주요 불균형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재는 연간 출생아 수가 60만명대인 1990년대 출생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5~6년 후에는 출생아 수가 40만명대로 줄어든 2002년 이후 출생자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 규모가 감소하는 것이다.

청년 노동인구 감소가 미칠 영향에 대해 이 교수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취업자들은 가장 최근에 교육을 받고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최신의 지식과 숙련을 보유한 인력이다. 또한 젊은 노동 인력은 중장년 취업자들에 비해 학습능력, 적응력, 지리적·사회적 이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이라며 “이들의 수적인 감소는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 자본을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노동시장의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청년 인력을 다른 유형의 노동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문에서는 노동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청년 노동인구 감소 영향이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정보서비스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출판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기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보건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등의 산업에서 35세 미만 취업자 비중이 특히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청년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 이동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청년인구 감소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수요 변화에 대응해 인적 자본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뤄지고, 부문 간 노동 이동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노동시장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교육의 경우 대학들은 이동성이 높아지는 노동시장 여건에 대응해 특정한 분야에 대한 맞춤형 인력을 길러내기 보다 지식, 정보, 숙련 등을 빠르게 습득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을 길러내는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과 노동시장의 채용 및 훈련 시스템 변화와 이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도 요구했다. 이 교수는 “청년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점차 신규채용이 아닌 기존 직원의 재교육·훈련이나 타 분야 출신 인력의 채용과 교육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교육·훈련 및 채용시스템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여건에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자체 역량이 부족한 사업체들이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해 재교육·훈련·채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외국인 구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시장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실직 증가에 대응해 사회안전망 강화와 적극적인 구직·전직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들지만 전체 경제활동인구는 당분간 매우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은 전반적인 노동 부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생산연령인구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지만 전체 경제활동인구는 당분간 매우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라며 “노동인구의 고학력화가 고령화 효과를 압도하기 때문에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감소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와 노동생산성 개선이 이뤄진다면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투입 감소폭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여성 혹은 장년 인구 중 한 집단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최근 일본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생산성을 반영한 노동 투입 규모가 2042년까지 현재의 95%로 유지된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이 완화돼 M자 형의 연령-경제활동참가율 관계가 사라지거나 장년 근로자들의 조기퇴직이 줄어드는 경우 2042년까지 생산성을 조정한 노동 투입 규모는 현재의 97~98%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이러한 전망을 고려할 때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총량적인 노동 투입을 늘려야 할 정책적인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예컨대 노동인구 감소에 대응한 고용 연장이나 대규모 이민자 도입을 당장 무리해서 추진할 이유는 그리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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