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산재예방 TF 본격화 "시행령 준비 과정 점검"
시행령 ‘경영책임자 의무·직업성 질병 범위’ 쟁점
하한형·5인미만 사업장 포함 등 중대재해법 재개정도 관심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점검 등 산업재해 관련 법안과 제도 개선 작업에 나섰다. 노사 이견이 큰 가운데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관건이다.

민주당은 17일 산업재해 예방 TF(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령 준비 과정 등 현행 제도를 점검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정부 활동도 보고받았다.

특히 민주당은 법적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TF 단장인 김영배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준비과정 점검 ▲근로감독관 확충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강화 ▲노동현장과 기업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시행령을 잘 준비하고, 법 취지를 달성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필요 개선사항이 있다면 법안 발의되는대로 함께 병행해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작업 하던 고(古) 이선호씨가 300㎏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 합동 TF를 통해 오는 28일까지 전국 5대 항만과 동방 소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당정이 산재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과 사업장 점검에 나선 것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청 노동자와 건설업, 제조업 중심으로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발생한 중대재해 66건 중 사망자는 64명, 부상은 21명이었다. 사망자 64명 중 25명이 하청소속 노동자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34곳(52%), 제조업 19곳(29%), 기타업종 13곳이었다.

노사는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방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으로 확정해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시행령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경영 책임자의 의무 중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및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와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 등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산재 예방과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에서 활동하는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보건 담당 이사’로 정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리 담당 이사로 해석돼선 안 된다. 안전에 관한 인력과 설비 배치 등에 대한 전반적 권한을 가진 실질적 경영을 관리하는 자가 책임자가 돼야 한다”며 “또한 실질적 경영 책임자는 안전에 대한 보고를 듣는 것으로 의무가 끝나선 안 된다. 경영 책임자가 안전을 위한 이행까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시행령이 정해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와 관련해선 “화학물질 유출 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 직장내 괴롭힘, 과로에 따른 자살, 직업성 등도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직업성 질병자 범위를 화학물질 유출 등에 의한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영 책임자의 의무 및 책임과 관련해선 “경영 책임자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해 연 1회 이상 보고받는 방법으로 관리하도록 구체적 의무 규정을 시행령에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영계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제4조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경영책임자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위탁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위탁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보완 여부도 주목받는다. 지난 13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 법인과 경영 책임자에게 부과하는 벌금형에 ‘1억원 하한’을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초 정부안과 의원안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되지 않도록 하한형의 내용을 담았으나 경영계 반발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뺐다.

현재 법인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등 개별법에 과태료나 벌금 부과규정이 있으나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아니어서 최근까지 평균 벌금액은 430만원 수준이다.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대부분 적은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그쳤다.

노동계 관계자는 “산업재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이 3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은 아예 제외됐다. 산재를 막기 위해선 이 부분을 폐지해야 한다”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빠진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5인 미만 산재 사망자는 494명, 50인 미만은 1245명이었다. 인과관계 추정 원칙은 최근 5년 내 안전조치 의무를 3회 이상 위반한 사업주의 경우 노동자 사망 시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반면 경총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 보건 조치를 위한 전문 인력을 두기 어렵다. 부담이 크다”며 “50인 미만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3년의 준비 기간을 둔 것이다.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 경우 과거의 사고를 이번 사고와 연관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언급했다.

자료=강은미 의원
자료=강은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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