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매출 2조4280 영업이익 1조193억···전년 한 해 영업이익 웃돈 분기실적
일각선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시장독점” 해석도···업계 “폄훼 불과” 반박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해양수산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 사진=해양수산부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HMM(옛 현대상선)이 1분기 1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작년 한 해 달성한 영업이익을 상회한 수치다. 이를 놓고 소액 투자자 중심으로 한진해운이 파산으로 독점적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가능한 실적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폄훼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HMM에 따르면 올 1분기 잠정실적(연결기준)은 매출 2조4280억원, 영업이익 1조193억원 등이다. 작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8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808억원이다. 10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한데 이어, 불과 3개월 동안 전년도 흑자규모를 넘어서는 실익을 올렸다.

시장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앞서 증권가에서도 HMM의 대규모 흑자전환을 점친 바 있지만 실제 성적은 이를 훨씬 웃돈 수준이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한진해운이 사라진 상황에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이 같은 실적을 달성한 게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한 때 세계시장 점유율 3%를 달성했던 한진해운은 2017년 2월 파산했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촉발된 해운업계 불황과 경영진의 판단착오 등이 더해져 불거졌다.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해 선복량을 늘려 운임을 낮추는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했지만, 한진해운은 자금압박으로 이 같은 추세에 동참하지 못했다. HMM의 전신이자 국내 2위 해운사였던 현대상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업은행 품에 안기며 가까스로 생존했다.

2018년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지원했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인 경제상황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북한과 대치 중이다보니 사실 상 섬나라와 같은 지정학적 위치임을 감안할 때 HMM마저 파산할 경우 심각한 경제·안보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투입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아 금년부터 유럽 노선에 투입되고 있는 1만6000TEU급 선박 8척이 도입된 배경이다. HMM의 선복량이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글로벌 해운운임이 급등하면서 10여 년 동안 지속된 불황을 타개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정부 차원의 해운업계 지원이 시행돼 HMM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지만, 마치 경쟁 없이 국내시장을 HMM이 독점해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는 해석은 과도한 비약이다”면서 “업계 특성 상 해운업계의 국내 점유율은 의미가 없고, 취항하는 노선 및 운임에 따라 실익이 좌우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해석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수출물량을 국내 해운사가 독점해야 가능한데, 해운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은 해마다 증가했다”면서 “HMM의 경우 선복량 증가뿐 아니라, 지난해 4월부터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가능해졌던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HMM 관계자는 “아시아-미주노선 운임상승과 유럽 및 기타지역 등 전 노선의 운임상승으로 시황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우량화주 확보, 운영효율 증대 및 비용절감 방안을 더욱 정교화해 글로벌 선사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또 “국민과 정부기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실적개선이 가능했다”면서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국적선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고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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